사는 이야기 110

Who?

한국의 행정구획이 20년 전 내가 한국에 살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면 특별시와 광역시를 포함한 일반 시는 구와 동으로 나뉘고 그 밖에는 도, 군, 읍, 면, 리로 나뉜다고 알고 있다. 반면에 캐나다나 미국은 주(Province 혹은 State)와 시(City) 그리고 사전에 '군'이라고 해석된 County가 다인거 같다. 그런데 캐나다나 미국은 그나마도 주소 적을 때 구획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내 주소를 예로 들면 2588 Anderson Way Edmonton AB 인데 주나 시나 카운티를 나타내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캐나다에 살지 않는 사람이 주소를 보면 에드먼턴이 시인지 카운티인지 모를게 당연하다. 나도 미국으로 화물 운송을 가면 서류에 적힌 저런 주소만 들고 가기 때문에 ..

사는 이야기 2023.09.01

이제... 겨울이네

늦게 시작된 추위가 매섭다. 지난 금요일부터 시작된 눈폭풍(Snow Storm)으로 구피와 난 서로 의논하여 트립을 미루고 뭉그적 거리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톡방을 통해 언제 출발할건지 계속 묻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우리를 서둘러 출발하게 하려고 재촉하는건 아니고 떠나는 시간에 맞추어 배달하는 회사에 리씨빙(Receiving) 스케줄을 다시 잡아 도착해서 하역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이런날 출발해서 눈길에 사고라도 나면 회사로서도 좋을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이런 악천후의 운행은 전적으로 기사에게 맡겨 두는 편이다. 눈이 잠시 소강 상태인 틈을 타 일요일 오전에 출발을 했다. 이번 목적지는 야구를 좋아하는 공화당원이라면 아주 우울한 주말을 보내고 있을 펜실베니아의 필라델피아이다.(필라델피..

사는 이야기 2022.11.14

구피

남자가 말이 많으면 수염이 안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와 같이 일(운전)하는 구피(Goopy 본명은 Gurpreet Singh Gopy)만 봐도 알 수가 있다. 구피는 방해하지만 않으면 서너 시간은 너끈이 수다를 떨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다꾼이다. 하지만 구피는 보통의 인도인들 처럼 수염은 물론 온몸이 털로 뒤덮힌 털복숭이다. 두꺼운 레자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우면 모든 소리가 차단되어 엔진 소리 마저 작은 소리로 웅웅 거릴 뿐인데 그 소리에 섞여 스며드는 구피의 웅얼거리는 인도말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곤 한다. ㅋ 이왕에 구피 이야기가 나온 김에 구피를 소개해야겠다. 구피는 인도 북부 지방인 펀자브(Punjab)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란 펀자비인데 나이는 우리 영준이보다 2..

사는 이야기 2022.11.14

직업을 바꾸다.

직업을 바꿨다. 아니, 운전이라는 업종은 같으니 직업이 바뀐건 아니고 일하는 장소가 달라졌으니 직장이 바뀌었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하는 일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잘 해오던 택시 일을 버리고 새로운 일을 하기로 결정한 건 아주 우연이었고 조금은 즉흥적(그 중요한 먹고 사는 일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이었다. 어느날 운수 회사에서 배차계로 일한다는 젊은 친구를 택시 손님으로 태웠는데 얘기 중에 나도 대형 면허가 있다는걸 말하게 되었다. 그 친구 말이 요즘은 어느 운수회사나 Class 1 자격증만 있으면 개나 소나 다 고용이 되는데 왜 이런 택시 운전이나(?) 하냐고 한다. 속으로는 '왜 택시 운전이 어때서?' 하는 불끈한 성미가 올라 왔지만 도체 무슨 이야기나 하는지 들어나 보..

사는 이야기 2022.08.09

비가 온다.

모처럼 온종일 비가 내렸다. 오전에 비 오는 창밖을 무심히 내다보다가 불현듯 미루어 두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며칠 전에 사둔 대야를 꺼내고 윈덱스를 꺼내고 창문 닦는 도구를 준비했다. 이사하고 6년 동안 한 번도 닦지 않은 침대방 바깥 창문을 청소하기에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 제격이었다. 대야에 몇 차례 물을 퍼다가 조그만 바가지로 창문과 그 옆 벽에 물을 끼얹었다. 닦는 길에 베란다로 나가는 문도 물을 끼얹었다. 침실 창문은 베란다 안쪽에 있어서 비가 와도 젖지 않으니까 먼지가 가득했었다. 물을 끼얹고 윈덱스로 뿌리고 창문 닦는 스펀지로 문지르고 고무 브러시로 씻어 내니 정말 간단히 깨끗하게 씻을 수 있었다. 코비드가 아니었다면 언제 씻을 수 있을지 기약도 없던 일이었다. 이럴 때 코로나 바이러스한..

사는 이야기 202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