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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yon creek Ice cave (2024년 10월 14일)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보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누구라도 길재선생과 같은 감상에 젖어 이렇게 탄식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찾은 아이스 케이브 주차장은 "산천은 의구한데 사람은 많고 기억만 간데없네"였다.10여 년 전에 에드먼턴으로 이사 와서 어디로 산행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캘거리 하이킹 클럽이 이곳을 산행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나섰던 곳이다. 하필이면 그날 눈이 많이 내려서 내가 동굴에 도착했을 때는 캘거리 산악회 팀은 하산 중이었다. 그때 위니펙에서 알고 지내던 신부섭 씨를 우연히 다시 만난 곳이라 그나마 그 산행은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러고 한 번쯤 더 왔던 것 같은데 누구랑 왔었는지 산행날 내내 기억이 안 났는데 오늘 새벽 출근하는 길에 갑자기 현재 에드먼..

카테고리 없음 2024.10.17

Windtower (2024년 7월 1일)

장맛비처럼 비가 내린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은 편이다. 덕분에 산불이 줄어서 대기가 맑아져 캐나다의 푸른 하늘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비 때문인지 기온이 낮아서 낮은 산에도 아직 잔설이 많이 남아있다. 한국은 벌써 더위하고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 모양인데 여기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잘 때는 홑이불이라도 한 장 덮어야 할 만큼 춥다.최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가운데 산행을 시작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늘 혼자, 그것도 주로 바위가 많은 산을 가니까 날씨가 안 좋으면 산행을 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어제도 날씨 검색을 했었다. 일기 예보는 구름이 낀 날씨이긴 해도 오후 5시 이후에나 0.3mm 정도의 비만 내린다고 했었다. 오늘은 일행이 있지만 솔직히 비가 오는 걸 ..

산행후기 2024.07.04

Anklebiter Ridge(2024년 6월 22일)

그로토 폰드(Grotto Pond)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수의 동양인들이 보여서 조금 의아했다.루트 안내 표지판 앞에 서너 명, 화장실 앞에도 두세 명 차 뒷문을 열어 놓고 등산화를 신는 사람도 있었고 배낭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캘거리 하이킹 클럽이 여기를 온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렇게 회원이 많을 줄은 몰랐다. 오늘 올라갈 산은 앵클바이터 릿지(Anklebiter Ridge). 작년 가을 산행 검색할 때 캘거리 한인 산악회가 등산한 걸 보고 이 코스를 처음 알았고 언젠가 가봐야지 하던 참에 캘거리 산악회가 간다는 소리를 듣고 따라온 셈이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등산을 시작하려고 할 때 산행 코스 안내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한 무리의 팀이 있었는데 주차장에 있던 동양인들의 전부..

산행후기 2024.06.24

Table Mountain

'산(山)'의 사전적 의미는 '둘레의 땅보다 훨씬 높이 우뚝하게 솟아 있는 땅덩이'이다. 하지만 '훨씬'이라는 말은 주관적이어서 어느 정도 높아야 산이라고 할 수 있는지 더 찾아보았다. 위키백과에는 '언덕보다 높고 험준한 곳을 산이라고 부르지만, 높은 정도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관습적으로 일정한 기준을 정해 그보다 높은 곳을 산으로 부른다. 그러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2000 피트(약 610m) 보다 높아야 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합중국의 일리노이주, 인디애나주, 오하이오주, 미시간주, 플로리다주 등이 '산이 없는 주'가 된 것은 이 기준 때문이다.)'라고 되어있다. 또 나무위키에는 '어디까지가 산이고 어디까지가 산이 아닌지 그 경계가 불명확하지만, 그럼에도 산을 정의할 필요성이 있으..

산행후기 2023.09.09

Who?

한국의 행정구획이 20년 전 내가 한국에 살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면 특별시와 광역시를 포함한 일반 시는 구와 동으로 나뉘고 그 밖에는 도, 군, 읍, 면, 리로 나뉜다고 알고 있다. 반면에 캐나다나 미국은 주(Province 혹은 State)와 시(City) 그리고 사전에 '군'이라고 해석된 County가 다인거 같다. 그런데 캐나다나 미국은 그나마도 주소 적을 때 구획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내 주소를 예로 들면 2588 Anderson Way Edmonton AB 인데 주나 시나 카운티를 나타내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캐나다에 살지 않는 사람이 주소를 보면 에드먼턴이 시인지 카운티인지 모를게 당연하다. 나도 미국으로 화물 운송을 가면 서류에 적힌 저런 주소만 들고 가기 때문에 ..

사는 이야기 2023.09.01

Gusty Peak (2023년 7월 8일)

멀쩡한 등산화가 사라졌다. 아침에 등산복을 입으려고 옷방에 들어갔다가 무엇을 입어야 할지 몰라 잠깐 당황했다. 언젠가도 말했듯이 작업복으로 등산복을 입으니까 산에 가면서 작업복을 입어야 해서 그랬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했다. 그런데 등산화가 없었다. 지난 마지막 산행 때 잔설이 남아 있을 거 같아 겨울용 등산화를 신었는데 눈 없는 산에서도 편안해서 이번에 한번 더 신으려고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산에 갔다 와서 다시 찾아보기로 하고 여름용 등산화를 가지고 갔다. 일이 많이 줄었다. 작년 이맘때는 일이 바빠서 나 같은 장롱 면허를 가진 사람도 쉽게 취직이 되었는데 올해는 일이 없어서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린다. 미국 트립 한지는 벌써 몇 주가 지났고 요즘은 지방 소도시를 다니는 야간 운전을 한다. 이..

산행후기 2023.07.13

Opal Ridge North Peak (2023년 6월 3일)

지난 3월 말, 필라델피아 근교에 있는 애팔라치아 산맥을 등산한 적이 있었다. 말이야 거창하게 애팔라치아 산맥이지 한국의 흔한 동네 뒷산 수준이었다. 그 산이 애팔라치아 산군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 건 산자락에 붙어 있는 캠프 그라운드의 이름이 애팔라치아 캠프 그라운드였기 때문이었다. 그 산에는 유난히 가시나무가 많았다. 산딸기 나무 처럼 잔가시가 있는 작은 나무도 많았고 장미 나무처럼 큰 가시가 있는 나무도 있었다. 산행을 끝내고 차로 돌아왔을 때 손바닥에 잔가시들이 박혀 있는 게 보였지만 눈도 잘 안 보이고 가시를 뺄만한 기구도 없어 그냥 무시하고 말았다. 다음날 버지니아 리치몬드에서 물건을 싣고 돌아오는데 이상하게 손이 아프고 불편해서 살펴보니 양손이 퉁퉁 부어 있었고 손가락 마디 관절이 많..

산행후기 2023.06.05

Opal Hill (2022년 11월 26일)

에드먼턴 푸른 산악회 초대 회장이셨던 이명종(Gilbert, 필명은 길벗 혹은 이 길) 장로님이 돌아가셨다. 지난주 마지막 트립 토론토에서 캘거리로 가는 길에 이재웅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셨다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지금 코마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는 전화였었는데 끝내 이겨내지 못하시고 오늘 새벽 너무나도 아쉬운 77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말았다. 여름이 지나면서 급격히 나빠지신 회장님의 건강 상태를 보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었지만 그래도 1주일 전에 같이 식사를 하고 불과 며칠 전 트립 중에 통화했을 때 회장님의 밝은 목소리를 생각하면 아니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이 길 회장님 하고는 11년 전 에드먼턴으로..

산행후기 2022.11.28

이제... 겨울이네

늦게 시작된 추위가 매섭다. 지난 금요일부터 시작된 눈폭풍(Snow Storm)으로 구피와 난 서로 의논하여 트립을 미루고 뭉그적 거리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톡방을 통해 언제 출발할건지 계속 묻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우리를 서둘러 출발하게 하려고 재촉하는건 아니고 떠나는 시간에 맞추어 배달하는 회사에 리씨빙(Receiving) 스케줄을 다시 잡아 도착해서 하역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이런날 출발해서 눈길에 사고라도 나면 회사로서도 좋을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이런 악천후의 운행은 전적으로 기사에게 맡겨 두는 편이다. 눈이 잠시 소강 상태인 틈을 타 일요일 오전에 출발을 했다. 이번 목적지는 야구를 좋아하는 공화당원이라면 아주 우울한 주말을 보내고 있을 펜실베니아의 필라델피아이다.(필라델피..

사는 이야기 2022.11.14

구피

남자가 말이 많으면 수염이 안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와 같이 일(운전)하는 구피(Goopy 본명은 Gurpreet Singh Gopy)만 봐도 알 수가 있다. 구피는 방해하지만 않으면 서너 시간은 너끈이 수다를 떨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다꾼이다. 하지만 구피는 보통의 인도인들 처럼 수염은 물론 온몸이 털로 뒤덮힌 털복숭이다. 두꺼운 레자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우면 모든 소리가 차단되어 엔진 소리 마저 작은 소리로 웅웅 거릴 뿐인데 그 소리에 섞여 스며드는 구피의 웅얼거리는 인도말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곤 한다. ㅋ 이왕에 구피 이야기가 나온 김에 구피를 소개해야겠다. 구피는 인도 북부 지방인 펀자브(Punjab)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란 펀자비인데 나이는 우리 영준이보다 2..

사는 이야기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