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미치겠당!!! ... 2013. 09. 06

진승할배 2013. 12. 19. 13:09

여러분 글쎄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입니다.

 

어제 운수 사납게도 벌한테 쏘였습니다.
일하는 중에 차 창문을 열어 놓고 차 문위에 왼팔을 걸치고 운전하면서
막 공항 주차장을 빠져 나오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왼팔뚝이 따끔해서 쳐다보니 왠 벌 한마리가 제 팔뚝에 앉아있는 겁니다.
놀라서 오른손으로 벌을 때려 잡음과 동시에 다급하게 차를 세우고 보니
아직도 꿈틀거리는 벌 내장을 단 벌 침이 제 팔뚝위에 꽂혀 있는 겁니다.
다행히 깊히 박히지는 않아서 얼른 오른손으로 벌 침을 뽑아내고
쏘인자리를 피가 나도록 짜내고 침을 바르고 한바탕 난리 부르스를 떨었지요.

 

한참 혼자 그 난리를 치고 있는데
제 바로 뒤에 앉았던 승객이 저에게 묻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그래 제가 '버~ㄹㄹ'이라고 얼른 대답했지요.
그 친구 잘 못 알아 들었는가 다시 제게 묻습니다.
'버~ㄹㄹ 드?'
'야! 버~ㄹ 드... It was big.'
'Big bird???'

 

그때 바로 어제 본 한국 뉴스의 영상이 뇌리를 스칩니다.
요즘 한국에 성묘철을 맞아 벌초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벌집을 건드려 말벌에 쏘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으니까 벌초 작업시 주의가 요망된다는...
또 요즘 한국에 외래산인 '등검은 말벌'이 번식해서 토종 한국 꿀벌을 공격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또 사람이 쏘이면 치명적이라는 뉴스가 떠 올른겁니다.
'It looks like Malbird.'
'Malbird...???'
'저런 한심한 녀석! 내가 말벌에 쏘였다면 무슨 말이 있어야되는거 아냐?
괜찮냐는 둥...? 죽을 수도 있다는데...'

 

아무튼 그 난리를 치루고 다시 승객을 내리고 태우고 다운타운으로 향했습니다.
한참을 운전하고 거의 와이트 에비뉴 쯤 와서 차가 밀리기 시작할 때 였습니다.
여전히 차창에 올려진 팔뚝을 보니 벌에 쏘인 자리가 벌겋게 부어오르고
피부는 마치 딸기 처럼 구멍이 숭숭 뚤린 듯 우둘투둘 해졌습니다.
그걸 보노라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라 혼자 속으로
'이놈에 '버~ㄹㄹ 드'들을 모조리 씨를 말려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혼자 속으로 말해 놓고 나니 뭔가 이상합니다.
'버~ㄹㄹ 드???'
'아니 '버~ㄹㄹ 드'가 뭐지? '버~ㄹ 드?''Bird?' 그건 새 아닌가?'
'어!? 그럼 벌이 뭐드라? 아~ 그래 벌은 Bee지!'
'근데 왠 버~ㄹ드야?' 하고 생각해보니
아까 내가 벌에 쏘이고 뒷 승객이 물어봤을 때 내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벌을 그냥 벌이라고 말하면서 나도 뭔가 이상했던지 그걸 영어화 시킨다고
혀를 잔뜩 굴려서 '버~ㄹㄹㄹ'이라고 말했는데 그 승객이 '버~ㄹㄹㄹ'이라는 말은
모르겠고 그래서 'Bird?'라고 다시 물었는데 난 또 당황해서 아무 생각없이 그게
맞는 영어인지 알고 '응 버~ㄹㄹ 드'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곤 그때까지도 그냥 벌을 Bird로 혼자 생각했던 거지요.

그 생각을 하니까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운전하면서 혼자서 낄낄대며
손님 눈치까지 봐가며 눈물이 나도록 웃고 말았습니다.
'아~ 그래서 저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묻고는 괜찮냐 어쩌냐 더 묻지도 않았던 거구나'라고
생각하니 참 기가 막힙니다.
참 내... 아무리 벌에 쏘여 당황해도 그렇지 말입니다.
이러고도 영어로 말하면서 밥 벌어먹고 살려니 정말 미치겠습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탁  (0) 2015.07.12
고래 이야기  (0) 2015.07.12
정월 대보름  (0) 2011.08.05
돈이 웬수다?  (0) 2011.08.05
이 시대에도 명의는 있는가  (0) 2011.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