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Little Lawson (2021년 11월 14일)

진승할배 2021. 11. 29. 14:45

에드먼턴으로 이주해 온지 꼭 10년이 지났다. 기록을 살펴보니 2011년 7월 23일 Opal Hill이 첫 산행이었다. 사실 록키 하고의 첫 인연은 그보다 9년 전인 2002년 이민 온 해 여름이었다. 그때는 썰퍼 마운틴을 걸어 올라갔다고는 해도 등산이었다기보다 주마간산식 관광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10년간 내 블로그에 올린 산행 후기만 71편이다. 또 그 절반쯤은 후기를 안 쓴 산행이 있었을 걸 생각하면 적어도 백번이 넘는 산행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중 정상을 올라간 산이 41개였고 후기는 없지만 정상에 올라간 산이 대충 세어봐도 10개쯤은 더 있는 걸로 기억된다. 대략 50개의 정상과 또 그만큼의 트레일 산행을 한 셈이다.(중복 산행 제외) 

10년 전에 에드먼턴으로 오자마자 산 배낭이 지금도 매고 다니는 노란색 노스페이스 배낭이다. 겨울에만 조금 더 큰 배낭을 썼으니까 대략 7-80회 이상의 산행을 노란색 배낭과 함께 한 셈이다. 
얼마 전에 내 블로그를 보는 어떤 친구가 내 배낭에 시비(?)를 걸어왔다. 아마도 맨날 같은 배낭만 매고 다니는 게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래도 썼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배낭을 샀던 10년 전에도 요즘 같은 기능성 배낭이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당시 세일해서 69.99에 샀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그 가격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는 당시 같은 산악회에 있던 분이 내가 산 배낭이 좋아 보인다고 나랑 똑같은 배낭을 샀는데 무슨 이유로 배낭을 교환하게 되었는데 점원이 실수로 먼저 산 배낭의 계산은 캔슬하고 새로 산 배낭은 결재 없이 배낭과 카드를 내어줘서 그대로 들고 나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카드에 결재가 안되어 있더라면서 나보고 다시 가서 그 69.99 달러를 결재해야 될까 물어온 게 아직도 기억이 남기 때문이다. 근데 그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아마도 "미쳤어요? 그걸로 술이나 사 먹지요." 그랬나? ㅋ..
암튼 나에게 노스페이스는 최고의 브랜드라 배낭뿐 아니라 윈드 재킷 같은 등산복도 노스 페이스가 많다.

 

며칠 전에 배낭을 보러 나갔다가 배낭은 안 사고 충동적으로 바가지(헬멧)를 하나 사서 들고 들어왔다. 젊어서 바위 할 때도 안 사던 바가지를 산 내가 신기하기도 하고 바가지가 이뻐 보여 자랑삼아 산악회 톡방에 사진을 올렸는데 뜻하지 않게 동기로부터 Petzl을 안 사고 그 브랜드 산 걸 잘했다는 칭찬을 들었다. 사실 난 브랜드에는 문외한이라 브랜드를 자랑하려고 사진을 올린 건 아니었기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장비점에는 내가 산 브랜드 말고도 친구가 말한 Petzl도 있었고 Black Diamond도 있었는데 대체로 가격은 비슷했지만 공교롭게도 페즐은 내 머리에 맞는 게 없었고 블랙 다이아몬드는 색상이 마음에 안 들어 그냥 머리에 맞는  마음에 드는 걸 들고 온 것뿐이다. 

내가 갑자기 바가지를 사게 된 이유는 지난 볼드 이글 픽을 갔다가 길을 잃어버렸을 때 잡풀이 덥힌 아주 가파른 언덕길에서 미끄러지면서 뒤로 넘어졌는데 언덕이 얼마나 가파랐는지 엉덩 방아를 찧은 게 아니고 등에 맨 배낭으로 땅에 떨어지면서 고개가 뒤로 꺾여 맨땅에 강하게 부딪힌 적이 있었다. 그게 풀길이어서 다행이었지 만약에 돌이라도 있었다면 머리를 크게 다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쉬운 길도 가능한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헬맷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기왕에 마음 먹었으니 배낭도 사긴 사야겠는데 배낭이 생각보다 비쌌다. 몇 가지 브랜드가 있지만 디자인이 그레고리나 오스프리가 좋아 보였다. 하지만 색상이 너무 우중충해서 마음에 안 들어 그냥 나왔다. 겨울에 산행을 많이 할 것도 아니고 급한 거 아니니까 블랙 프라이데이나 박싱 데이에 아무거나 세일 많이 하는 걸 들고 올 생각이다. 물론 브랜드 좋은 게 훨씬 더 산행 능력을 향상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 더 이상 산행 능력을 향상하는 배낭은 사절이다. 싸구려 노스페이스 배낭으로도 온갖 데 다 다니고 전문 장비 없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 템플 마운틴도 오르고 험하기로 유명한 쓰리 씨스터즈도 올랐는데 더 산행 능력이 좋아지면 아시니보인(Assiniboine 3,618m ; 캐나다 록키의 마터호른이라고 알려짐)이나 롭슨(Mount Robson 3,954m ; 캐나다 록키의 최고봉) 같은 더 크고 험한 산을 가겠다고 난리 블루스를 출까 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ㅋㅋ.. 

오래 살다 보니 한국에서 먼저 첫눈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에드먼턴은 11월 중순까지 눈은 커녕 영상의 날씨로 만나는 사람마다 날씨 얘기가 큰 화제였다. 그런 틈을 타 산에 갔다가 산에서 첫눈을 맞았다. 
Little Lawson. 이름 그대로 작은 산이다. Lawson 마운틴의 남쪽 끝 산이라 The South End of Lawson 혹은 Little Lawson이라 부른다고 한다. 리틀 로슨은 전에부터 알았던 산이지만 짧은 산행이라고 들어서 여름에 올라가기엔 너무 아쉬운 산이라 미루어 두었던 산이다. 그렇다 해도 유튜브에 동영상도 몇 개나 되고 그 동영상을 보면 제법 낭떠러지도 있어서 꽤나 스릴도 있어 보였다. 

2,387m. 올트레일스 닷컴(Alltrails.com)의 루트 정보엔 7.6km, 737m를 올라간다고 했는데 전체 산행 시간이 딱 4시간이 걸렸다. 이건 좀 아니지 싶다. 새벽에 에드먼턴에서 4시간 걸려 달려와서 꼴랑 4시간 산행하고 다시 4시간 운전해서 집에 간다는 건 남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씨여서 시계는 제로였다. 아름다운 경치는 구경도 못했다. 남기는커녕 완전 망한 장사였다.
아무튼 이런 산행도 또 하나의 정상을 올라간 산행이 될 것이고 72번째 후기가 될 참이다. 

내 녹색 윈드 재킷은 때가 잘타 벌써 몇 번을 세탁기 속에 들어갔다 나왔더니 방수 기능은 사라지고 바람막이로나 입어야 할 모양이다. 오늘 진눈깨비가 몸에 들러붙어서 아래 위로 속옷까지 흠뻑 젖어 버려서 온도를 최고로 올리고 히터를 빵빵하게 때고 운전해도 올라오는 내내 추워서 덜덜 떨면서 올라왔다. 없는 살림에 재킷도 하나 장만해야 될 모양이다. ㅋㅋ 

복수형이 등산의 즐거움에 산행 후 먹는 치맥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는데 백 번 천 번 지당하신 말씀이다. 통풍 때문에 그동안 맥주를 자제했지만 나도 치맥 좋아한다. 지난주에 우리 동네에 뽀빠이 치킨(Popeyes) 집도 문을 열었고 며칠 전 집 앞 리쿼 스토어(주류 판매점)에 맥주 세일 광고가 붙었던 게 기억이 나서 집에 가는 길에 치킨이랑 사슴 머리 표(Moose Head) 라거 맥주를 사서 치맥을 먹으며 등산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혼자! ㅋㅋㅋ

 

 

오른쪽의 길이 742번 Smith Dorien Trail. 사진 방향으로 나가면 곧 Hwy 40과 만난다. 왼쪽 바리케이트 앞에 차를 세우고 이 길을 따라 약 15분쯤 걸으면 산행이 시작된다.

 

도로의 끝지점에 스노우 슈 트레일 표지판이 보이는데 표지판을 지나쳐 맨끝에서 오른쪽 계류를 건너 왼쪽으로 언덕을 올랐다. 앞에 보이는 나무 구조물은 작은 저수지 같은 물을 가두는 댐이고 왼쪽은 수로.

 

 

능선을 따라 걸으면 위 사진과 같은 봉우리를 몇개를 넘어야한다.
정상부 능선

 

내려올 때 만난 내 또래의 팀. 농담삼아 날씨가 끝내주게 좋다고 했더니 정색을 하고 " I don't think so. " 라고 했던 친구다. 맞는 말이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