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내친구 아짙(Ajit)

진승할배 2011. 8. 5. 14:54

택시운전을 하는 우리 또래의 인도인 친구들에게

인도에서 그들이 하던 직업을 물어보면

역시 우리나라 이민자들 처럼 참 다양합니다.

 

평생 농사만 짓던 친구

은행원, 병리검사등 전문 직장인들

그래도 역시 자동차 관련 일을 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참 스승과 제자사이도 있습니다.

 

그중에 눈에 띄는 젊은 친구가 있습니다.

6살짜리 아들을 둔 34살의 젊은 친구입니다.

대부분이 씨크교(Sikh)인 여기 인도인들중 몇 안되는 힌두교인입니다.

 

집안이 잘사는지

여기온지 3년밖에 안됐는데 부자 동네에 집도 사고

벌써 그 비싼 택시 반쪽도 샀습니다.(여기는 택시한대를 둘이서 공유할 수도 있답니다)

 

영화광인 이친구 자기차에 노트북 반쪽만한 DVD도 설치해놓고

CD도 200장 이상 가지고 다닙니다.

요즘엔 증권에 빠져서 그 많은 차안살림에 노트북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전에 우리 행방에 영어로 글올렸던 그 노트북입니다.

 

젊은 친구라 철이 없는건지

그래도 대화를 나눠보면 나름대로 철학이 있어 대화가 재미있습니다.

참 그래뵈도 이친구가 자동차공학 석사학위 소유자랍니다.

어려서부터 영국계 사립학교를 다녀서 영어도 무지 잘합니다.

 

어느날 제가 물었습니다.

넌 영어도 잘하고 나이도 아직 젊고

네가 할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텐데

왜 택시운전을 하느냐고...

 

돌아온 첫마디가 "So.. What?" (그래서 어떤데?) 입니다.

이쯤되면 얘기를 하지 말자는 얘깁니다.

자기는 그냥 택시운전이 좋다고 합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아들보고 싶으면 아무때고 집에 갈수있고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 맘대로 봐도 뭐라할 상사도 없고...

 

난 아무리 생각해도 택시운전이 좋은 직업이 아닙니다.

그저 돈이 잘벌리니 하지...

그런데 그친구 무엇이 내게 So What? 이라고

당당하게 되물을 수 있었을까요?

 

만약에 내가 아주 부자고
내 아들이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데 택시운전을 하겠다고 하면
택시를 사주기는 커녕 다리몽뎅이를 확 분질러버렸을겁니다.

 

인도라는 나라가
불과 오래지 않은 과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랑 똑 같이 신분에 차별이 있고
직업에도 사농공상의 귀천이 있는 나라라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쉽게 변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당당하게 터번을 쓰고 다니는
그네들을 보면 수수께끼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나는 아직도 '그래서 어떤데?'라고 되묻는
그 젊은친구한테 해줄 근사한 답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2010.02.20. 07:37

정수.

 

 

 

 
은미(은남) 10.02.20. 08:36
마음이 긍정에 마인드 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직업에 귀천을 갖지 않는~~~ㅎ
 
피러 10.02.21. 06:15
정말... 직업에 귀천이 없을까요? 긍정적인 마음은 좋겠지만...
 
 
♥이브(경희) 10.02.20. 08:57

아~ 칭구님, 인도에 거주하는군여..?
울 막내아우도, 얼마전 다녀왔었는데.. @^_^@

한국에서의 택시운전은, 기본생활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지입금이란게 있는데, 날마다 10만원남짓 입급을 해야한다구..?
개인택시는, 쫌 낫다지만.. (((오늘도- 홧팅! 늘~ 건강하시길...♥)))
 
피러 10.02.21. 06:18
엥!!?? 이 아줌씨 무신 이브날 보라꿈꾸는 소리라요???
그래요... 나 인도 삽니다. 인도 사람 많은데... 참눼... ㅎㅎㅎ
기본생활마저 힘들면 그거 하겠습니까? 다 하는 소리겠지...
친구도 건강하시요. 참.. 치매 조심하시구... ㅎ
 
♥이브(경희) 10.02.21. 06:36
한국 상황은 그렇다는 말.. 예민하시긴? 홧-팅! @^_^@
 
 
홍규 10.02.20. 11:14
자기 만족으로 사는 모습이 좋은데, 안 그런가 친구~~~~
 
피러 10.02.21. 06:21
정말 만족하는 걸까? 게으른건 아니구?
부모가 잘살다보니 너무 편하게만 살려는거 같아서 말이우...
 
 
자유(유리) 10.02.20. 16:44
엥!!!!!!!! 뭔 말씀을... 다리몽뎅이 분질르다니.. 피러씨! 답지않은 소리같은디~ (자유분망)...
여하튼 그 젊은친구랑 계속 이어지면 어쩐지 여러가지로 풍요로워질거같어~
 
피러 10.02.21. 06:24
그럼... 목아지를 확~~ 분질러버려요?
나도 맘먹으면 그거 하는 놈입니다요. ㅎㅎㅎ
그렇게 생각하시우? 그친구 참 아는게 많은 친구라우.
그래서 가끔 나를 가르치려 들어서 탈이지만... ㅎ
 
 
보라(혜영) 10.02.20. 19:30
"So.. What?" ㅎㅎㅎ
그친구는 좋아하는일을 업으로 하며 살고 있으니 그렇게 물었을 거예요~ ㅎㅎ
행복한 사람 이지요...음 근데 곡 중간 중간 찬송가 같은 음이..피러님도 행복 하세요..^^*
 
피러 10.02.21. 06:29
기행으로 유명한 Alice Cooper의 King of the Silverscreen이란 곡입니다.
젊어서 한때는 꽤나 좋아했지요.
우야떻둥... '그래서 어쩐대?'라는 말은 좋은 대화 방법은 아닐겁니다. 그쵸? ㅎ
 
 
백곰(기환) 10.02.21. 07:00
맞소이다...
대화 방법중 "그래서?" 또는 "그래 어쩌라구 ?.." 별로 좋게 들리진 않는다네..
허울 그리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 사고는
좀 부럽긴허우..우리 체면 너무 중시해요.
 
피러 10.02.22. 06:26
여기 공항에 가면 기사휴게실이 있다우. 거기 한쪽에 커다만 테이블이 있는데
할아버지와 손자뻘되는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카드놀이를 한다우.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라면 가능할까 몇번을 생각한다우. ㅎ
그렇소.. 더구나 젊은넘이 그렇게 따지듯 물으니 대답을 찾을밖에...
 
 
미사(승희) 10.02.21. 13:59
내가 무슨일을 하든 즐겁고 보람을 느끼며하면 행복인것이야
남이 내인생 살아주는것도 아닌데
피러친구야?
내가 보기엔 열심히 사는것 같은데
우리 자신있게사는 52세가 되자
 
피러 10.02.22. 06:29
내 고민이 거기에 있소.
그친구는 만족을 하는데 왜 난 만족을 못할까?
우리가 벌써 쉰둘이유? 난 아무래도 나이를 헛먹었나 보우. ㅎㅎㅎ
 
 
물망초 10.02.23. 00:32
우리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이 사람들만의 문화는 가끔 우리식으로 해석하자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참으로 많지? 울 동네 어떤 여의사~!! 하지만 남편은 자동차 정비공~!이란 우리네 식견으로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 사람들이 바라보는 건 어떠한 편견의식보다는 서로의 사랑과 믿음이라 생각해보았지~!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는 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그런 삶은 미래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넘쳐난다 생각해~!! 세상사 두루두루 사람들과 엮어가며 여러분류의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들어준다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ㅎ 그건 피러친구만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매력적인 삶이 아닐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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