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자유인 피러(정수)

진승할배 2011. 8. 5. 14:40

시내에 외상값(?) 받으러 나갔다가

전에부터 눈여겨 보아온

동네에서는 제법 유명하다는 그리스 음식점에 들렀다.

자리를 안내받아 들어가는데

주방 카운터 너머에 음식을 내는 주방장과 눈이 딱 부딛혔다.

에잉?? 주방장이... 동양사람이네!!??

가만히 보니 중국사람임이 틀림없다.

내가 지금 중국집에 온겨 그리스집에 온겨?

 

찜찜한 기분을 억누르고 메뉴를 보고 음식을 시킨다.

뭐 아는게 있는가?

무슨 코스요리인데 얼결에 rice를 보고 그걸로 정한다.

샐러드는 그리크샐러드, 감자는 베이크로, 고기는 미디움 래어로...

참.. 맥주는 알렉산더 키이스 생맥주로...

 

맥주하고 나온 그리크샐러드는 그런데로 괜찮다.

올리브를 너무 숙성시킨걸 써서 구린내가 진하고 좀 짠것 빼고는

가루지는 그리스식 페타치즈 맛도 괜찮고

올리브오일 소스도 상큼한 식초맛과 어울려 나쁘지 않다.

 

거기까지만...

메인 접시를 내오는데 한손에 그 흔한 HR상표의 스테이크 소스를

들고와서 메인접시 옆에 턱하니 놓고간다.

전에 먹어봤던 요거트 같은 하얀 그리스식 소스가 아니다.

세상 요리라는게 재료는 다 똑같은거고

결국 소스(양념)맛이 나라별 맛을 달리하는 건데

메인접시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미국접시와 다른게 전혀없다.

어쩐지... 주방장이 중국사람이더라니... 헐~!

 

처음 이나라에 왔을때 마켓에 널려있는 올리브들을 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중에 하나로 손꼽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인상깊게 봤던

광산케이블카가 무너지고도 너무도 태평하게

파티용으로 준비한 양고기와 올리브와 포도주를 걸신들린 듯이

먹던 앤소니 퀸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우연이었을까?

 

그 이후 피러는 올리브 메니아가 되었는데..

올리브를 적당히 숙성된 것으로 잘 고르면

마치 우리나라 메실 장아찌처럼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오늘 그 맛을 볼려고 기대했다가 꿈이 깨지고 말았다.

 

갑자기...

머리위에 올려져 있는 찜빵모자를 슬그머니 끌어내려

얌전히 두손앞에하고 하던 앤소니 퀸의 대사가 생각이 난다.

"주인님... 일이란... 또 만들면 되는 것입죠..."

그래.. 오늘만 날이 아닌것을...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난 자유인이니까!

 

2010.02.04. 15:35

정수. 

 

 

Dancing shadows from Zorba the Greek
 

 

 
은송(경숙) 10.02.04. 15:40
자유인 화이팅~~!! 그렇지요 일이란 또 만들면 되는것입죠...
 
피러 10.02.05. 03:35
혼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은 때로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답니다. 특히나 레스토랑에 가는 것... 내게는 그렇습니다. 화백친구님도 새일과 함께 화이팅~~!! ^^*
 
 
은미(은남) 10.02.04. 16:30
자유인에 한점두점 주고 간다오~~기회는 또 있으니까!!
 
피러 10.02.05. 03:39
은미친구님은 자유인이 부럽소? ㅎ 다음기회는 혼자가 아니길 늘 기원한다우.
 
 
토우카(근제) 10.02.04. 16:59
피러친구는 외국에서 생활하시나베...
여하튼 친구 일상의 한구석을 보여줘서 잘 읽어 봤네. 항상 건강하시구...
 
피러 10.02.05. 03:41
그렇다우.. 참 저개발도상국가에 살고 있다우. 친구님도 건강하시구려...
 
 
백곰(기환) 10.02.04. 17:47
친구님...미안허게두
난 그음식이 솔직허게 말해서 어드렇게 생겼는지 도저히 감이 않온다우...
헌데 그건 그렇구 요즘 왜 이렇게 조용했소?...
 
피러 10.02.05. 03:43
히히.. 사실은 나도 그렇소. 그냥 도전한번 해봤다우.
요즘.. 딱지값 버느라 좀 바빴다우. ㅎㅎㅎ
 
 
은빛바다(해숙) 10.02.04. 20:35
오늘이 마지막 선택이 아니듯~~~
앞으로 피러가 소원하는 일! 이루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거요.
재미나고 웃음을 줄 수 있는 글로 자주 봅시다.^0^
 
피러 10.02.05. 03:52
나뿐이 아니고 우리방 친구님들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살기를 바란다오.
그냥 넉두리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참.. 한국은 눈속에서 공치는 맛도 아주 괜찮다우. 그 겨울을 세번 나야 진짜 싱글이 된다고 합니다. 10번 그늘집에서 먹는 정종맛도 아주 일품이라우.
 
 
물망초 10.02.04. 23:24
자유인이 올만에 근사한 저녁식사를 꿈꾸었건만.... 안소니퀸의 대사 한마디에... 또 내일 할 수 없이... 자유로운 외식 또 해야겟네요...............ㅎㅎㅎㅎ
 
피러 10.02.05. 04:12
글쎄.. 몸은 자유로은거 같은데 실지는 그런것만 같지도 않네요. 자유란... 적당한 구속이 있어야 진정 자유롭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라우. 그래 요즘은 그 적당한 구속을 찾고 있다우. 앤소니 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랍니다. 특히나 그가 나이 90에 아이를 봤다지 않우...ㅎㅎㅎ
 
 
자유(유리) 10.02.04. 23:38
몇해전에 난 그리스인 조르바" 를 책으로 내내 약올라가믄서 읽었다우.. 무한한 그의 자유를 이해력의 한계를 넘어서서 말이우~ 꽤 두꺼운책이었는디..쪼 위에 음식은 몰라두 내 한국나오믄 오이지 항아리로 담아 줄테니 가져가시구랴~ ㅎ
 
피러 10.02.05. 04:10
그래서 닉도 자유롭게??? 나도 영화도 몇번 책도 두번이나 읽었다우. 뭔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냥 좋더군요. 오이지 잘담그슈? 오이지는 남쪽음식이 아니니 고향이 서울 근교이거나 그 이북같소이다. 난 오이지같이 절임(짱아찌)음식을 좋아한답니다. 고맙지만 작년에 울엄마가 담가준 오이지가 아직도 남아있어서 사양할랍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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