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조금 일찍 끝내고
한숨 자고 출발 할 계획이었는데 욕심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서둘러 베낭꾸리고 카메라 가방 둘러메고 차에 오른다.
주유 끝내고 8시 정각 출발.
벌써 새해가 밝을 조짐을 보인다.
속도를 높여 겨우 도심을 빠져나오니 해의 머리가 보인다.
영하 33도. 가는 날이 장날이다.
곱은 손을 부벼가며 정신없이 몇컷을 담아본다.
도로를 건너오는데 낡은 부츠에서 따그닥 따그닥 말 발굽 소리가 들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맞이하는 새해다.
왜 그렇게 도망치듯 서둘러 나왔어야 됐을까?
새해 첫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서? 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것보다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북쪽으로 여행을 하면 위도만 높아지는 줄 알았더니
고도도 높아간다. 기분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북고 남저, 동고 서저라고 배웠는데
이나라도 그럴까?
높이 오르고 싶다.
12시쯤 중간 지점에 도착한다.
Grand Rapid란 곳이다. 430km를 왔고 30여m를 내려왔다. 고도는 210m.
기름을 넣고 수력발전소를 둘러본다.
매니토바주는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이곳 전기가 인근의 미국 주는 물론 캘리포니아 더멀리 텍사스까지 수출된다고 한다.
점심을 먹을려고 Restaurant 간판을 찾아가니 주유소에 붙은 식당이다.
그곳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게 한국 사람을 만났다.
이제는 한국사람도 중국사람들 처럼 세계 어디나 들어가 있다더니
여기 겨우 인구가 1500명인 매니토바 구석에 한국분이 계실줄이야.
5년전에 한국에서 이곳으로 바로 들어오셨다고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여기서 기름넣을걸...
메뉴판에 불고기덮밥, 라면 같은 한국음식이 보이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주문했더니 오늘은 새해라 쉬는 날이란다. 에고 섭해라.
할 수 없이 냉장고에 든 찬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한다.
오후 4시 반에야 목적지인 Thompson에 도착한다.
750km를 왔구 위도는 5도를 높여 왔는데 고도는 똑 같다.
가뜩이나 짧은 해가 북쪽으로 올라오니 더 짧아진 느낌이다.
벌써 어둡다.
시내관광을 포기하고 호텔 몇곳을 찾아 돌다가 그중 가장 싼곳을 찾아 들어간다.
관광지도 아닌 곳이 모든게 위니펙 도시보다 훨씬 비싸다. 희소가치리라.
짐을 풀고 호텔에 붙은 레스토랑에서 비싸지만 형편없는 스테이크 한조각이랑
맥주 두병을 비우니 잠이 쏟아진다.
그러고 보니 거의 24시간을 잠 한숨 안자고 운전만한 셈이다.
아직 젊은 걸까.. 벌써 늙은 걸까?
2010.01.04. 16:36
정수.

북으로 다녀오셨구만...글 제목이 꼭 옛날영화 "기수를 북으로" 같아서 기대에 차서 읽었다오.
그래도 해가 바뀌믄 큼직한 평양만두 너댓개 들어간 떡국을 한그릇 두둑허게 먹어야
한해를 맞는 기분이 날텐데...먼길 달려가서 샌드위치 먹었다고하니...
임자가 먼나라에 가있다는거이 실감나는구만요.
올해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거 양놈들이랑 시비 붙지말고...한해 건강하시고...
창열고 들어와 글 기다리는 팬들 위해 좋은글 자주 부탁허우...

차가운 샌드위치에 스테이크를 혼자 먹는 모습이 왠지 외롭게 느끼지는구만요....아들이나 부인하구 동행하시지 않구...ㅎ
어딜가나 한국인을 만나수 있다는건 한국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어쪄면 좀 슬픈 현실이기도 하지만, 어디에서고 뿌리를
내리면 강인한 생명력으로 적응하는 피러친구님 같은 학국인의 근면성 세삼스럽게 느끼며..^^


카메라성능은 음~ 돈값을 하는구먼....ㅎ
그래두 새해 첫날 차가운 샌드위치로 한끼를 떼웟다니 웬지 슬퍼보이는건 어쩔수 없구려~
출타햇다 돌아오면 선물기다리는 아이처럼 그대의 글을 기다리는 많은 팬들을 위해 올해도 부탁한다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려!~~~^^*


근데요 12시간 운전


피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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