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북으로... 북으로...

진승할배 2011. 8. 5. 14:08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새벽녘에 눈이 떠졌다.
오랫만에 아주 달게 잔 느낌이다.

 

글을 쓰고 라면을 끓여먹고 TV를 보고
다시 호텔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있는데 그제야 날이 밝아온다.
9시. 구름이 잔뜩낀 날이다.

기름을 넣고 시내구경을 하면서 사진을 몇장 찍었다.

 

      

 

Gillam. 오늘의 목적지다.

매니토바주에서 연결된 도로를 통해 자동차가 갈 수 있는 최북단이지 싶다.

도로표지판에 'Gillam 298km'라고 쓰여있다.

아침에 호텔 직원에게 Gillam가는 길을 물으니 자기가 어제 갔다왔는데 길이 험하다고 해서 살짝 흥분이 된 느낌이었는데.. 왠걸? 비단길이다.
조금 길이 익숙해지니 시속 140킬로를 밟아도 무난하다.

 

그렇게 달리다 사진을 찍을려고 급 브레이크를 밟으니
드르르륵~~ 브레이크 잡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100m도 넘어 차가 멈춘다. 보기엔 잘 포장된 콘크리트 도로 같은데 내려서 자세히 보니 잔잔한 자갈길이 물로 얼어 포장이 되었다. 살짝 긴장이 된다.

 

북쪽으로 올라오니 여지껏 내가 배운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12시. 하루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시간이다.
중천에 있어야 할 해가 남쪽하늘 반 중턱도 못되는 곳에 걸려있다.
돌아올 때 보니 그해가 그 하늘에서 그대로 지고 만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면 여기 해는 동쪽으로 조금 치우친 남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조금 치우친 남쪽으로 지는거 같다.
그렇게 작은 호를 그리면서 뜨고 지니 낮이 짧은 수 밖에.
이제야 인디언들이 애를 많이 만드는 이유를 알것도 같다. ㅎ
더 북쪽으로 가면 여름엔 백야가 있고 겨울엔 해가 안뜨는 캄캄한 낮이 있다지 않는가.

 

마음이 급해진다.
중간에 사진을 찍고 GPS를 조작하느라 갓길에 정차해 있는데
마주오는 픽업트럭이 내차 옆으로 와 서더니 괜찮냐고 묻는다.
우리랑 똑같이 생긴 모습이 마치 동네 아저씨 같은데 말은 영어다.
5.6L, 4x4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트럭을 타고 있는걸 보니 추장쯤 되실라나?
지금 내가 가는 곳이 인디언 보호구역이 많은 곳이다.

 

아메리카 대륙은 불과 400여년전에 유럽인들에 의해 개척된 신천지이다.
북미는 영국에 의해서 남미는 스페인에 의해서 정복되고 식민지화 되면서
그때까지 이 대륙에서 평화롭게 살던 인디언이라 불리는 원주민들의 수모가 시작되었다.

 

어디나 식민지화 하는 곳은 민족말살 정책을 쓰게 마련인데
인디언들을 대한 영국사람과 스페인 사람들 태도는 정반대였음을 역사는 말해준다.
스페인 사람들은 인디오들에게 자신의 씨를 주었고 영국인들은 돈을 주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스페인은 동화정책을 영국인들은 철저하게 배척정책을 쓴 셈이다.

 

스페인은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에게 그들이 취할 수 있는 한 많은 인디오 여자들과
결혼해서 같이 살게 했다고 한다.
반면에 영국인들은 인디언들을 이땅의 주인임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토지사용료의 명목으로
돈을 주는 대신 그들을 Reservation이라는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몰아 넣었다.
사실 영국인들은 인디언들에게 돈 즉 게으름을 선물한 셈이다.
돈있고 일할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겠는가?
그래서 혹자는 영국사람들이 더 교활한 놈들이라고 한다.
그 사람들이 지금 미국 사람들의 조상이다.

 

캐나다에서는 인디언들을 Aboriginal People 혹은 First Nation People이라고 부른다.
여기 북쪽에 그들의 부락, 땅이 많이 있다.
전에 부동산 브로커 자격증 딸 때 개인이나 국가가 그들의 땅을 매매하거나
플랜트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부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공부한 기억이 있다.

 

그래도 여기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인디언들은 아주 잘 사는 편이라고 한다.

최북단 오지의 First Nation 부락(보호구역)에 들어가니
마침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는데
이제 한 열살도 안됐을 아이들이 스노우 모빌(Ski Doo)을 타고 놀고 있다. 허~
허겁지겁 쫓아가서 사진 좀 찍자고 하니까 포즈까지 잡아준다.
우리나라 시골 애들 같이 순수하다.

지도상으로는 길이 끊긴 곳인데도 길은 계속 이어진다.
두번째 경고판을 보고야 더 이상의 북행을 포기한다.
그자리에 내려서 경고판 아래에 시원하게 오줌을 깔기고 미련없이 돌아선다.
왔다간 표시로...

 

 

2010.01.05. 05:55

정수.

 

 
백곰 10.01.05. 07:10
사진과 곁들여 읽으니...흡사 어느 유명한 여행가의 여행기 처럼 실감난다우..
듣고보니 남미를 정복한 스페인보다
북미의 인디오들에게 게으름을 주입한 양키들의 조상이 상당히 교활한 족속은 맞구만요...
그리구
기왕 사진 올릴바에는 지나는이에게 부탁해서
친구님 멋진포즈로 한장찍어달라허구...그사진 서비스로 한장씩 올려주시라요....그리구 역시 영역표시는 오늘글에 압권이외다....시원허게 깔기고.
 
 
이이(권웅) 10.01.05. 07:13
재미있게 읽었다. 여행다니는 기분~~~~짱이다.^^*
 
 
하늬바람 10.01.05. 09:56
요즘 EBS세계문화기행이라는 프로에 빠져잇는데... 여행을 조아하기두 하구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그러려나~ 암튼 어느곳이나 원주민을 무력화시키는데는 그들 고유의 문화를 빼앗는게 잴루 빠른거 같지요? 지정된곳으로 이주시키고 새로운 문화를 주입시키구..... 영하의 추운날씨에도 르포를 위해 고생하는 친구를 위해 따끈한 쌍화차라두 한잔 대접하고 싶은데... 노른자 동동 띠워~~~~
 
자유롭게 10.01.05. 11:41
하늬야! 세계문화기행 ..놓치지 않는 프로단다.. 그리고 지식채널e~두 꽤 괜찮지!? ~ ㅎ
 
푸른자연 10.01.05. 19:51
하늬야 자유야....나두 그프로 가끔 만날때면 관심 가지구 보는데..ㅎ
 
 
자유롭게 10.01.05. 11:52
여행을 많이 했더라면 아쉬움부터 앞서고요.. 토막지식 섣불리 들이대 망신할까보아.. 그저 쭈~ 욱 배우렵니다.. ㅎ 알렝드보통의 "여행의 기술" 서문에서 ~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있지만 우리가 가야하는 이유와 방법에대한 이야기는 듣기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중략..
 
 
보라 10.01.05. 12:06
피러님의 여행기..
계속해서 잘 볼께요..
부러움속에 대리만족 합니다...^.^*
 
 
푸른자연 10.01.05. 20:11
인디언,혹은 인디오.....많은 부족들.....자신들의 푸르른 광야에 자유로게 말 달리던 대륙 다 넘겨주고,...
식민지화 되어 자신들의 고유 문화 말살 되어져 보호구역 안에서 간섭 받으며 우리에 가친 동물처럼 서서히 살아져가는
애기를 읽거나 들을때면 안타까운 마음이였는데...북쪽으로 달려 달려 멈춰 돌아 올때면 태극기에 이름이라두 새겨서
깃발꽂구 오던지 하지 않구 오줌 갈기구 왔다구요??ㅎㅎ
 
 
물망초 10.01.06. 05:33
덕분에~~ 케나다의 Gillam 지역까지 쭈욱 잘 둘러보고 온 기분이드네~요!!ㅎ 추운날씨에 홀로 차를 타고 먼 여행길 다녀와 이렇게 좋은 소식과 캐나다의 풍물을 알 수 있도록 글을 실어준 피러친구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수고 하셨어요~~ㅉㅉㅉ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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