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Table Mountain (2021년 7월 31일)

진승할배 2021. 8. 6. 15:05

공원 입구에서 본 Table Mt.(2,225m) 왼쪽 먼 봉우리가 정상.

피곤했던지 잠을 참 달게 잤다. 
정각 8시에 캠프 싸이트에서 50m쯤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산행을 시작했다. 이미 차 두대가 주차되어있었다.
테이블 마운틴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다. 얼마나 올라 가는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는 채 그냥 오르기 시작했다. 

시작 후 얼마간은 우리나라의 흔한 동네 뒷산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산길이 한국 산을 많이 닮았다.
딱 30분을 걸었을 때 벤치가 나왔고 그 이후로는 길이 캐나다 록키다워졌다.
10분쯤 더 걸었을 때 개 3마리를 데리고 내려오는 커플을 만났다. 개들 때문에 정상엔 못 갔다고 해서 혼자 생각에 앞으로 바윗길이 많은가 보다 했다.
작은 산등성에 올라 쉬고 있는데 사람 목소리가 들려 올려보니 젊은 남자 둘이 내려온다. 정상에 갔었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시계를 보니 9시 20분. 언제 시작했냐니까 5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해서 2시간 30분을 오르고 정상에서 1시간 머물다가 내려오는 길이라고 한다.
그때야 그들 모자 위에 헤드랜턴이 끼워져 있는 게 보인다. 그런데 신발을 보니 한 친구는 Crocs 샌들을 신었고 한 친구는 끈 없는 가벼운 운동화 같은 걸 신었다.
헐~ 정말 대책이 안 선다. 아무리 쉬운 산이라 해도 바위길도 있고 스크리 지역도 있는데 발바닥이 아프지 않을까 싶다.
(AllTrails라는 루트 엡에는 'Proper hiking boots with good ankle support are strongly recommended, along with prior experience hiking in difficult rocky terrain or being with folks who are comfortable in this scenario.' 라고 적혀있다.) 그들과 헤어지고 은근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저들이 2시간 30분 만에 정상에 올랐다는데 난 튼튼하고 좋은 등산화를 신고도 그 시간보다 더 걸린다면 쪽 팔린 거 아닌가 생각이 든 거다. ㅋ..

 

테이블 마운틴은 공식(official) 루트인지 빨간색 쇠말뚝 루트 마크가 꽂혀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딱 2시간 만에 테이블 위에 올라섰다. 진짜 테이블 마운틴 정상(real summit)은 아직도 저 멀리 능선 끝에 있었지만 이 산의 하이라이트는 여기 테이블 위 같았다.
테이블 위 엣지는 한걸음의 여유도 없는 직각의 낭떠러지였다. 사진 찍으려고 다가서는 것도 두려웠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연기 때문에 조망이 좋지 않은 거였다. 크립트 레이크 갔을 때는 정상을 올라가는 산행이 아니어서 멀리 조망할 일이 없었지만 여기는 연기만 아니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상으로의 넓은 능선길은 에델바이스 노래가 절로 흘러나올 거 같은 영화 싸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다.
세 번째로 정상이 평평한 산에 올랐다. 여기 앨버타 남쪽의 산들은(여기도 록키 산맥의 한 구간이라 록키라 부르나? 잘 모르겠다.) 밴프 지역의 록키랑은 확실히 다른 거 같다. 2,300m대의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 왕관을 씌운 듯 뾰족뾰족하거나 감투바위 같은 바위가 올라앉은 산들이 많이 보이는 편이다. 그런 산들을 암벽 등반 없이 걸어서만 오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그런 산에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꼭 5시간 만에 산행을 마쳤다. 남쪽이라 확실히 더 덥다. 다시 캠프장으로 돌아가 펌프 물을 퍼 올려 혼자 등목을 했다. 어떻게? 그건 상상에 맡기자.
올라오는 길에 캘거리에 들려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와 총 3,796km의 대장정을 마쳤다. 무사히...

 

 

 

 

 

 

 

 

 

 

 

 

올라온 길

 

 

 

 

 

 

 

 

연기가 없는 맑은 날 조망을 보여주기 위해 Wander Woman Travel Magazine 2021의 웹싸이트인 Wanderwoman.ca에서 허가도 없이 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