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손자, 며느리와 (이럴 땐 왜 맨날 며느리가 마지막인지 모르겠다. 이젠 시대도 바뀌었으니 며느리, 손자, 아들로 해야겠다) 다시 며느리, 손자, 아들과의 짧은 3박 4일의 동거가 끝나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밤을 달려 공간이동을 하였다. 그렇다고 밤새 운전한 건 아니고 Swift Current라는 생전 처음 들어본 타운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우연히 들른 모텔의 사장님이 한국분이라 왕창 디스카운트해준 저렴한 가격에 잘 쉬고, 전에 부터 가보고 싶었던 Waterton Lake National Park로 가는 길이다.
위니펙에서 워터튼 파크는 신기하게도 에드먼튼까지의 거리와 꼭 같았다. 그러니 집에서 워터튼 파크를 가는 것보다 이런 기회를 이용하면 편도 거리를 세이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밤을 달려 운전하다 보면 정말 하나님은(꼭 종교적인 하나님을 말하는 건 아니고 만약에 이 세상을 만든 창조주가 있다면) 천지 창조를 하면서 먼 훗날 인간이 자동차라는 탈것을 만들 것을 어찌 아시고 곤충들의 체액을 허여 멀건한 투명한 액체로 만드셨는지 정말로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에 곤충의 체액이 피로 채워져 있다면 자동차의 범퍼며 라디에이터 그릴이며 앞유리가 피범벅이 되었을텐데 말이다. 정말 하느님은 탁월한 선견지명을 가지신 분이 틀림없다.
워터튼 레이크 파크는 알버타의 최남단 미국 국경과 근접한 곳에 위치한 공원이다. 국경으로 반이 갈린 워터튼 레이크를 공유하며 미국 쪽은 Glacier National Park로 연결된다고 한다.
워터튼 파크는 Crypt Lake Trail로 유명한 곳이다. 크립트 레이크 트레일은 2014년 National Geographic 잡지에서
"World’s 20 Most Thrilling Trails”로 선정한 트레일이라고 한다.
전에부터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던 곳인데 드디어 기회를 잡은 셈이다.
점심때쯤 워터튼 파크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굉장히 좋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공원에 가까이 가도록 산이 보이지 않았다. 원인은 연기. 캘리포니아 산불 연기가 4000여 킬로미터를 날아 뉴욕 하늘에도 뿌연 연기로 가득 찼다더니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굶은 채 우선 관광객 모드로 워터튼 타운을 둘러 보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관광을 할 때는 혼자 보다는 둘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고 생각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른 아무나를 억지로 꼬셔서 내 돈 들여서 같이 다니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우선 비지터 쎈터를 방문했다. 하지만 코비드 때문에 문이 닫혀 있었다. 입구에 붙여 놓은 시내 지도를 사진으로 찍어 차로 돌아와 어디를 갈까 연구를 했다. 가까이 있는 오래된 성당을 둘러보고 Cameron Fall을 둘러보고 비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러고 Bertha Fall까지의 짧은 트레일을 올라 가보기로 했다. 여기는 한국과 위도가 비슷하고 날씨가 비슷해서 그런지 토양도 비슷한 듯싶었다. 바짝 마른 마사토의 흙길은 먼지가 풀풀 일었다. 어려서 송장 메뚜기라고 부르던 검은 메뚜기가 튀어 올라 모자에 가슴팍에 부딪혀 떨어지고 고동색에 점박이 줄무늬가 있는 호랑나비와 흰나비 노랑나비가 나는 게 꼭 한국의 산에 오르는 기분이다. 더구나 무지 습하게 더운 것도 한국과 똑 같다.
버사 폭포를 내려와 시내에 있는 선착장에 가서 내일 배편을 미리 알아보기로 했다. 크립트 레이크 가는 배는 아침과 오후 각 두 편씩이었다. 아침 8시 30분과 9시. 오후에 돌아 오는 배는 3시 30분과 5시 30분. 요금은 30불이고 8시부터 표를 파는데 예약 없이 First come first serve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건 미국 몬타나로 들어가는 배편도 있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다섯 번.
크립트 레이크 가는 배편 보다 많았다. 요금은 60불(앨버타 주민은 50불) 1시간 15분 소요로 되어있다. 그런데 이쪽에서 가는 사람이 있으면 저쪽에서 오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인데 선착장에는 어떤 세관 건물 같은 곳이나 통관 수속하는 곳이 보이질 않는다. 미국이 술값이 훨씬 싸던데... ㅋ
전에 회사 동료 Ashley가 워터튼 파크에 왔다가 Red Rock Canyon을 가보고 좋았던지 나보고 꼭 가보라고 추천해준 레드락 캐년으로 나가는 길에 1927년에 지었다는 Prince of Wales라는 호텔을 둘러보았다. 반도 같이 비죽 나온 삼면이 호수로 둘러 싸인 언덕위 풍광 좋은 곳에 자리 잡은 호텔이다. 목조 건물 치고는 꽤 높은 6-7층은 되어 보이는 고색창연한 건물이다. 안에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서 로비랑 기념품 가게도 둘러보았다. 얼마나 비싼지는 몰라도 기회가 된다면 그까이 돈쯤 기꺼이 쓸 수 있는 가치가 있어 보였다.
레드락 캐년은 말 그대로 붉은 색 바위로 이루어진 캐년이라 신기하긴 했지만 계곡에 수영복 차림의 관광객이 많아서 내 취향은 아닌듯 싶었다.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니 Blakiston Fall이 1km라고 해서 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와 관광객을 헤집고 캐년 상류까지 올라 갔다가 차로 돌아왔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워터튼 레이크 주변으로는 캠프그라운드를 예약할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와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처럼 가는 곳마다 사람이 많았다.
여기 한인 신문에 캘거리 산악회의 산행 사진이 실리곤 하는데 한 달 전쯤 Table Mountain 사진이 실렸었다.
그 특이한 모습에 한번 가보고 싶어 구글링해 보니 여기 워터튼 파크 근처였다. 그때 산행 출발점이 캠핑장이었던 게 기억에 남아서 찾아보니 빈자리가 있어서 예약이 가능했다. 워터튼 파크에서 약 1시간 반 가량 북쪽으로 떨어져 있어서 워터튼 파크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 시간은 조금 소요되어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좋게 생각하면 마지막 날 테이블 마운틴을 산행하고 집으로 가는 데는 그만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했다.
Beaver Mines Lake Camp Ground는 Beaver Mines라는 작은 탄광 마을을 끼고 있는 곳인데 시설이 열악했다.
비포장 길로 약 6km를 들어와서 있는 캠프그라운드는 풍광은 좋은 편이지만 전기도 인터넷도 개수대도 취사장도 없었다. 다만 입구에 재래식 펌프와 푸세식 화장실이 다였고 모기는 무지 많았다.
일찌감치 저녁을 해먹고 8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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