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Ha Ling Peak & Jura Creek Canyon ( 2020년 9월 14일 )

진승할배 2020. 9. 17. 14:16

록키에 쉬운 산이 있을까만은 

지난번 갔던 하트 마운틴과 이번에 간 Ha Ling Peak은(한글로 표기할 때 하링픽이라 해야 할지 할링픽이라 해야 할지를 몰라 영어로 썼다.) 비교적 쉬운 산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대체로 시즌 전이나 시즌 후에 산행하는 경우가 많다.
2012년 4월 3일에 썼던 후기를 보니 그때의 내가 아마도 지금의 싼지브 정도였지 않나 싶다. 그때는 왜 그렇게 가파르게 느껴졌던지 후기에 처음부터 가파르다고 써져 있는데 이번에 가보니 그 정도는 아니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물론 그 때는 눈이 많아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할 만큼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가 보니 그 눈 속 급경사에서 헤매던 곳에 계단도 설치해 놓고 조금 위험한 곳엔 가드레일도 설치해 놓아서 훨씬 더 산행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일기예보에는 분명히 구름과 함께 해도 나온다고 했는데 캔모어에 다다르도록 구름이 잔뜩 끼었고 게다가 안개가 낀듯 시야마저 나빴다. 뒷자리에 앉은 준회씨가 일기예보를 찾아봤는지 BC주 어딘가에서 산불이 나서 에어 퀄리티가 나쁘다고 알려주었다.
캔모어 시 뒤로 우뚝 솟은 깍아지른 Ha Ling Peak은 처음 보는 사람을 절로 감탄케 하는데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걸 

올라간다고 깜짝 놀래 줄 계획이었는데 구름과 연기 때문에 계획이 틀어져서 기분이 잡쳐버렸다. ㅋ..

싼지브랑 산행하면서 싼지브에 보조를 맞추면 내 리듬을 잃는 걸 바로 느낄 수 있다. 싼지브 때문에 준회씨 마저 산행을 망치면 곤란하니까 준회씨에게는 먼저 올라가라고 일러두었다. 
그동안 싼지브를 살펴보니 싼지브는 안전하다고 느끼면 대체로 잘 걷는 편이었다. 오늘도 사람들이 많고 인공적인 시설물이 많아서 안심이 되는지 그나마 잘 걷는 편이었다.

안부에 도착했을 때 싼지브 사진을 찍어주고는 전에 미스트 마운틴 정상에 올라갈 때처럼 혼자 속도를 올려 정상으로 

올라갔다. 나도 내 페이스를 찾아야 하니까. 싼지브가 준회씨보다는 30분 넘게 늦어서 준회씨는 세찬 바람 속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싼지브도 결국 정상에 올라왔다. 연기와 구름 때문에 정상에서의 조망이 안 좋았는데 싼지브는 그래도 좋은 모양이었다.

이번에도 준회씨 부인이 싸준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번엔 준회씨 부인이 작정하고 베지테리언을 위한 별도의

김밥을 준비해 주었는데도 싼지브는 시도 자체를 거부해서 준회가 마음이 상한 듯했다. 나도 처음 이민 와서 월마트에서

일 할 때 애 엄마가 싸준 김밥을 캐나디언 동료에게 주었는데 입에 넣자마자 구역질을 하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평지에서였다면 나도 강권을 해봤을텐데 산에서 잘못 먹고 알레르기라도 일으킬까 봐 권하지 않았다. 못 먹으면 자기만 손해지 바보... 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내려오려고 하는데 불쑥 반대편 절벽에서 하네스에 비너랑 러너랑 후렌드를 주렁주렁 매단 록크라이머 둘이 올라왔다. 록크라이머를 처음 본 싼지브가 그들에게 다가가 "근데 너네들 어떻게 로프를 설치하고 올라왔어?"라고 묻는다. 바위 하는 사람들을 처음 본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비밀(?)이다. 전에 여기 산악회에 46년생이신

김 모 씨라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젊어서 한국에 인수봉에서 바위를 하셨다고 자랑을 하셨다. 근데 그분 말씀이 그 당시에는 자일 끝에 갈고리를 묶어서 바위 위로 던져 그걸 잡고 올라왔다고 해서 같이 듣고 있던 황대장이랑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썩은 미소만 지었던 적이 있다. 뻥을 쳐도 유분수지... 비슷한 연배이신 상일이 형님이 들으시면 뒤로 넘어

가실 일이다. 까짓꺼 한국에 인수봉이야 작으니까(?) 갈고리를 던져 줄을 잡고 올라갔다 쳐도 중국의 큰 바위산을 다

섭렵하신 상일이 형님은 어떻게 그 큰 산에 갈고리를 던지셨을지 궁금하다. ㅋㅋ
내려와서 싼지브에게 어떻게 갈고리를 던져 로프를 설치하는지를 설명해 줬는데 싼지브 얼굴을 보니 이해를 충분히

한 거 같지는 않아 보인다. ㅋ...

지난번 하트 마운틴 처럼 700m를 넘게 올라가고 거의 같은 거리를 걸었는데도 시간은 5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아직 집에 가기는 이른 시간이라 오늘 잘 걸은 싼지브에게 포상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Jura Creek Canyon은 물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역시나 싼지브가 처음 보는 자연의 신비에 감탄했는지 좋아하는 모습이다. 산행 후 1시간을 더 걸었는데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다 그런가 나만 유독 그런가 몰라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참 오래 걸리는 편이다.
버너도 요즘은 탱크 분리형으로 더 안전하고 가볍게 만든 것도 있고 가스 버너도 심지어 겨울용 가스가 있어서 아주 

가볍게 휴대할 수 있는 것도 있는데 난 아직도 옛날식 Peak 1 버너가 더 좋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여기선 구할 수도 없는 Peak 1 버너 얘기를 했다가 희철이 형과 희섭이 한테 동시에 두 개의 버너를 선물 받은 것도 아마 두 사람이 다 나 같은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또 스틱(지팡이)도 준회씨 기억으로는 벌써 20년도 전에 한국에서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나는 에드먼턴으로 와서 남들 다 쓰기 시작하고도 한참 있다가 쓰기 시작했으니 이제 겨우 4,5년이나 됐을까 말까다. 또 배낭은 어떤가. 지금 쓰는 배낭도 여기 와서 샀는데 그때만 해도 벌써 등받이가 그물망 

같은 걸로 되어서 배낭 본체하고는 떨어진 배낭이 있었는데 안 써본 배낭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옛날식 배낭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으로 고른 게 지금의 배낭이다. 
어제 싼지브가 또 배낭을 바꿔서(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3번째다) 왔는데 산행 전날 새로 샀다고 한다. 싼지브야 배낭에 대해 잘 모르고 샀을 테니 어쩔 수 없지만 밑바닥이 넓은 옛날식 니꾸사꾸(좋은 말도 바른말도 아니지만 옛날식을 

표현하고자 썼다.) 같은 스타일을 사서 말은 못 했지만 참 속상했다. 그도 그럴게 여기 배낭 값이 거의 다 뻔해서 그 

배낭 가격에 조금만 더 주면 좋은 기능형 배낭을 구입해서 힘들어하는 산행에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밖에도 산에서 쓰는 장비부터 식량에 이르기까지 정말 놀랄 만큼 많이 발전해서 편하고 좋은 게 너무 많은데

그걸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올해부터 바꾼게 하나 있다. 바로 물이다. 먹는 물. 전에는 그냥 순수 물을 가지고 다녔는데 이제는 게토레이 같은 스포츠 음료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요즘 프로 축구나 야구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스포츠 음료를 마시는 게 당연한 듯하다. 그게 반칙도 아니고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면 등산도 스포츠인데 못 마실 것도 아니란 생각에 바꾸기 시작했다.

스포츠 음료를 마시니까 기분 문제인지 갈증도 덜 나는것 같고 또 카페인 때문에 각성 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산행이 끝나고 운전할 때 졸리지 않아서도 좋은 것 같다.

준회씨가 오래전에 한국에서 샀다는 스틱을 보면서 또 싼지브가 새로 샀다는 옛날식 배낭을 보고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싶어서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산우회의 단군할아버님들은 벌써 7학년이 되셨을 거 같다. 단톡방에 올라와 있는 산우회 명단을 보니 동기인 희섭이와 나를 기준으로 선배가 더 많은 걸 보면 아마도 희섭이와 나는 산우회 평균 나이보다 젊으리라 생각된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산우회의 막내 세용이가 내일 모레 환갑이 된다는 말을 듣고 격세지감을 느꼈었다. 그러고 보면 산우회는 이제 노인회가 되었다. 
악당 찬영형님 조차 자일 없이 가볍게 약간의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바윗길이 있는 산행이 좋다고 하시니 산우회에 뭘 더 기대하겠는가. 산우회엔 하트 마운틴과 하링픽이 딱이다. 딱!!

근데 세용아~ 
낼 모레 환갑인 할배한테 세용아 세용아 해서 미안하다. ㅋ..

피에쑤
혹시 제 로프 설치 방법에 이의가 있으신 분은 개인 카톡이 아닌 제 블로그 글 밑의 댓글 창에 이의를 제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