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아니다. 그건 옛말이다.
여자 셋이 모이니까 산나물이 씨가 마른다. 매년 이맘때쯤 생기는 일이다. 이번엔 산부추란다. 언젠가는 취도 있었고 당귀도 있었고 가는 산 따라 다르다.
하나 뽑아 먹어봤더니 처음 맛은 부추향이 나는 듯하더니 나중엔 알싸하니 매운 게 달래 맛도 난다.
그래도 삼세번은 가야지 싶었다.
이말을 쓰고 삼세번이 맞는 말인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니 헐~ 명사로 '더도 덜도 말고 꼭 세 번'이라는 뜻의 표준어란다. '꼭 세 번'이면 내가 생각한 의미는 아니다. 서너 번은 더 가봐야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새 가이드 북의 코스번호 22번까지 Ghost River 지역은 우선 제쳐 놓기로 했다. 귀신과는 친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ㅋㅋ
늘 록키를 다니면서 밴프로 들어가는 1번 하이웨이 주변에 산은 다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캘거리에서 1번 하이웨이를 타고 록키로 들어서면서 처음 마주치는 록키의 위용은 가히 압도적이다.
깎아지른 절벽의 바위산. 저기도 올라갈 수 있나 싶다.
언젠가 처음 캐나다를 방문한 친구하고 차로 하이웨이를 달린 일이 있는데 그때 몇 개의 바위산을 가리키며 내가 올라가 본 산이라고 하자 이 친구의 눈빛이 금방 막 존경의 눈길로 바뀌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느꼈다. 아~ 사기는 이렇게 치는 거구나. 이 주변 산을 많이 다녀야겠다. ㅋㅋㅋ
사실 고백하자면 하이웨이 주변 산들은 다른 록키 산들에 비해 높이도 낮고 산 뒷편으로 올라가면 아주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산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바위에서 조금 놀아 본 적이 있는 걸 아는 친구는 아마도 그 깎아지른 바위를 기어서 올라갔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ㅋㅋㅋ
Book 2의 37번 코스는 바위산은 아니지만 1번 하이웨이 주변에 있는 아주 쉬운 산이다.
큰 일을 치루고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약해진 수지 여사를 위해서 고른 아주 쉬운 코스다. 너무 낮은 산이라 그런지 Mt.이나 Peak라는 명칭도 없이 Point다. McConnel Point.
이 산은 하트 마운틴과의 사이에 숨겨진 Logging road를 따라 올라간다. 산판 도로는 고속도로와 접해 있지만 진행 방향 반대쪽 사선으로 입구가 나있어 유의해서 살피지 않으면 놓치기 쉽게 생겼다.
이번 코스는 Jewell pass로도 올라가는 길인데 우리는 중간에
맥코넬 릿지로 올라서는 산등성을 타야했다. 그런데 책 저자는 이 산등성에 올라서는 길을 굉장히 어렵다고 기술해놔서 조금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아주 쉬운 길이었다. 산행 초입부터 정상까지 5.4km, 448m 높이를 딱 2시간 만에 올라갔다. 코스도 책에 기술한 거에 비해 찾기 쉬운 편이었다.
그것도 산나물까지 채취하면서 말이다. 아 맞다. 산나물!
여자들은 아마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본능이 있는 모양이다.
산에 가면 풀포기 하나 허투루 보지않는다. 세리사랑님이 그 많은 풀들 중에서 산부추를 발견했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난 가르쳐 주고 잡풀을 뽑아 비교까지 해줘도 아직도 그 풀이 그 풀일 뿐이다.
암튼 내려 오는 길은 여자 셋이 산부추 씨를 말리느라고 올라가는 시간보다 더 걸린 듯싶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내려왔는데도 갈림길에 섰을 때는 2시도 안되었다. 오늘 저녁거리로 세리사랑님이 고기와 막걸리를 준비했다는데 그 훌륭한 만찬을 점심 먹은 지 3시간도 안돼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내쳐 Jewell Pass까지 가보기로 했다.
Pass는 우리말로 '재' 혹은 '고개'로 이해하는게 좋을 듯하다.
그렇담 고갯마루로 올라 서야 하는데 갈림길에서부터 완만한 경사의 비단길을 40분 걸어 도착한 제웰패스는 도저히 고갯마루라 할 수는 없었다.
제월패스 반대편은 가이드북 1권에 실린 Yates Mt.(Barrier Lake Lookout) 코스인데 마찬가지로 쉬운 코스라 겨울철에 단골 산행지로 다니는 곳이다.
그러니까 이 제웰패스를 관통해서 Prairie View Trail로 가면 예이츠 마운틴으로 가는 코스를 만나지만 그렇게 산을 넘어가는 산행은 교통편 문제로 거의 불가능하다. 당근 한국처럼 택시도 버스도 없기 때문이다.
나랑은 오늘 처음 같이 산행한 전인순씨가 트래킹 앱이 있었던지 오늘 15km 넘는 거리를 25,000보 넘게 걸었다고 알려주었다. 시즌 첫 산행치고는 많이 걸은 편이지만 수지 여사도 잘 따라왔고 산행도 좋았다.
그러나 딱하나 맘에 걸리는건...
수지 여사랑 동갑인 전인순씨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의 사람인 거 같았다. 그런데 이분이 이제 막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될라 하는 찰나에 갑자기 김광석을 우리 일행에 끼워 넣어 버렸다. 양해도 없이. 갑자기 초대된 김광석은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간혹 한국 산에 가면 라디오 들고 오시면 분이 계시던데 그분이 바로 이분이었다.
산에 가면 자연의 소리를 듣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그것도 아니라면 내 발자국 소리도 좋고 하다못해 헐떡이는 내 숨소리도 좋다. 어디서 내가 그렇게 살아서 숨을 헐떡이는 소리를 듣겠는가.
나를 까칠한 사람이라고 한다. 동행자들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을 보면 못 참는 성격이다. 하지만 데리고 나온 세리사랑님을 보고 참고 또 참았다. 잊으리가 나오면 그래 잊자 그러고 참고 인순이가 나오면 유명가수도 불려 나왔구나 그러면서 참았다.
난 이제부터 고민 시작이다. 다음에 와서 또 Mp3를 틀어대면 어쩌나...
아! 싸구려 이어폰을 하나 사줄까? ㅋㅋㅋ
사족
산부추는 다음날 점심에 수지여사가 부추전을 해주었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부추전은 처음 먹어 본 듯싶다.
정말 맛있었다.
다음 주에 부추만 채취하러 한번 더 갈까 생각중이다. ㅋ...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Tent Ridge (2019년 7월 16일) (0) | 2020.05.05 |
---|---|
NIhahi Ridge (2019년 6월 30일 - 7월 1일) (0) | 2020.05.05 |
Ghost River Wilderness Area (2019년 5월 20일) (0) | 2020.05.05 |
Allstones Lake Trail (2019년 1월 6일) (0) | 2020.05.05 |
Upper Headbank Trail (2018년 11월 4일) (0) | 2020.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