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Upper Headbank Trail (2018년 11월 4일)

진승할배 2020. 5. 5. 01:26

  뛰어 보면, 이제는 늙었다는 걸 대번에 알 수가 있다.
마치 쇽업서버(shock absorber)가 망가진 차처럼 쿠션이 하나도 없이 온몸이 덜거덕 거린다. 아마도 무릎과 허리에 있어야 할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진 모양이다.
그런데 아직도 활기차게 산에 다니시는 선배님들을 보면 내가 저 연배에 산에 올라나 갈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남는다.

두 시간 올라간 거리를 45분 만에 뛰어서 내려왔다. 죽을 똥을 싸고.
앞서서 냅따 뛰는 5살 젊은 수지여사를 따라 뛸려니 "사람 살려!" 소리가 절로 나올 판이다.
어제 숙소 예약도 없이 1박2일 산행을 가면서 차 안에서 인터넷을 뒤지다 아주 좋은 호텔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득템 하는 횡재수가 생겼다. 오늘 아침엔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 보겠느냐고 악착 같이 체크아웃 시간까지 게기느라고 아침 산행 시간이 늦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기왕이면 다홍치마? 아니지 재수 없는 놈은 자빠져도지... 암튼 호사다마라고 산행 출발지점 주차장까지 가는 길을 야생동물들 통로로 이용하게 한다고 바리케이드로 막아 놔서 산행지까지 걸어가는 시간 30분을 덤으로 혹을 붙여서 왕복 1시간이 추가되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촉박해서 냅다 뛰는 도리밖에 없었다.

 


Upper Headbank Trail. 
밴프 시내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코스다. 여름이면 인산인해일 코스라 이런 추운 겨울에 와야 할 거라는 생각으로 와본 길이다. 길을 막아선 바리케이드 앞 안내판에 울프와 쿠거의 발자국 그림이 있어서 은근히 야생동물을 볼 기대도 했지만 어제 새로 눈 내린 넓다란 도로에 늑대와 여우의 발자국만 남겨 놓았다.

어제는 호텔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서 호텔 인근에 있는 아주 아름답고 역사가 있는 하지만 일반인이나 관광객들은 전혀 모르는 계곡 두곳을 탐방했다.
수지하고는 전에 왔던 곳이기도 하지만(블로그에 후기가 있다) 시간 때울 곳이 마땅치 않아 다시 갔는데 다시 봐도 좋았다.

Grotto Creek Canyon과 Jura Creek Canyon.
그로토 캐년은 4-50 미터의 바위가 양옆으로 늘어선 곳이라 한두 피치의 짧은 암벽 코스가 많은지 수많은 볼트가 박혀 있는걸 볼 수가 있는 곳이다. 무릎에 연골만 조금 더 있었어도 도전해 볼만한대 그노무 연골이 문제다. 
또 그로토 캐년은 암벽에 고대 인디언의 그림이 남아있는 유적지 이기도 한대 그 그림은 현재 미국 아리조나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Hopi라는 인디언족이 캐나다에 방문했다가 남긴 것이라고 한다. 근데 그런 사실을 아는 걸 보면 아마 그 당시에도 캐나다 록키 주재 로이터 통신원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내가 록키에서 로이터 통신원으로 한국에 소식을 전하고 있다. 내맘대로.

지금까지 캐나다 록키에서 로이터 통신원 SWS 전정수였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