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산악회에서 처음 시행하는 시산제다.
개인적으로도 난생 처음 해보는 시산제였다.
시산제라는 행사가 각 산악회에 도입되어 시행된게 언제부터일까?
아주 옛날 작은형을 따라 산에 다닐때도 시산제나 그 비슷한 행사를
한 기억은 없다. 조금 더 커서 대학 산악부에 있었을 때도 시산제를
한 기억도 없고 주변에 그런 행사를 하는 산악회를 본 기억도 없다.
아마도 내 생각으로 시산제라는 행사가 산악회에 도입된건
상업화된 산악회들이 생기면서 부터가 아닐까 생각되어진다.
전문 산악인들이 모인 산악회는 계절도 없이 일년 사시사철 산에서
살다시피하니 어느 시점을 그 해의 시작이라 할 수도 없었을 것 같다.
일년의 시작인 1월이면 보름에서 20일 정도를 적설기 동계 장기산행을
하고 있을 시기이고 꽃 피는 춘삼월이면 겨우내 쓰던 빙벽 장비를
손질해 넣어두고 암벽장비를 끌어내 아직도 손끝이 시린 바위에 매달려
있을 시기이다. 그러니 시산제라는 의미없는-본인들에게- 행사에
시간을 허비할 일도 없었을것이다. 또 돈도 없던 시기니까 시산제한다고
떡하고 돼지머리 해오고 과일사고 할 돈도 없었을 것이다.
상업적인 아마추어 산악회는 안전상 겨울에는 산행을 안했을 것이다.
눈이 녹고 진달래, 철쭉이 피는 봄이되면 산행 개시를 알려 등산객을
모아야 했을것이라고 추측이된다. 그게 시산제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우리 푸른산악회는 상업적인 산악회는 아니다.
그렇다고 전문 산악인들이 모인 산악회도 아니다.
그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에드먼튼에서는 멀고도 먼데 있는 산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싸게 좀 더 재미있게 산에 가볼까해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산악회이다.
네시간도 넘게 먼데 있는 산을 혼자서 차를 몰고 가는 것 보다는 둘이
혹은 네명이 함께 가는 것이 비용도 적게들고 산에서도 안전하기 때문에
그렇게 모이다 보니 인원수가 늘어나 지금의 산악회가 되었다.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고민도 같이 생겼다. 산에 가져갈 차가 부족해졌다.
왕복 1,000km나 되는 거리를 힘든 산행을 끝내고 운전하기를 기꺼워하는
사람도 없고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산행에 차량을 동원해 발생하는
차량의 감가상각과 부대비용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적극적인 홍보도 못하고 그냥 끼리끼리 산에 다니는
작은 친목계 수준의 산악회로 전락하게 되었다.
에드먼튼에 사시는 교민들 중에도 산을 좋아하고 산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록키의 산에 올라가고픈 욕망을 가진 분들이 많을것이라 생각된다.
렛츠고 에드먼튼이나 신문에 산행 광고가 나가는 날 우리 산악회 카페에
방문자 숫자가 확연히 늘어나는 것을 보면 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가 아닐까.
여기 에드먼튼에 30년도 넘게 사신 우리 회원 백두대간님의 말씀을 들으면
산악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젊은 시절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산을 다니신 백두대간님은 산이 그리울 때면 아이들을 데리고 록키가 있는
밴프에가서 산 밑에 있는 호텔이나 캐빈에서 산을 올려다 볼 생각만 했지
산을 올라가 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 50도 훨씬 넘은 나이에
3,000m급의 로키산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은 푸른산악회가 아니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렇다, 어느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고 여럿이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높은 산에 올라가 하느님이 창조하신 위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대하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가슴벅찬 일이다.
그렇게 가슴벅차도록 멋진 산행을 에드먼튼에 사시는, 산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 분들에게는 멋진 자연을 접할 기회를 드리고
또 건강한 삶을 살게 해서 좋고 나는 좋아하는 산을 자주 갈 수 있어 좋으니
이거야 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 푸른산악회에서는 지금 15인승 밴(Van) 구입을 준비중이다.
아니 거의 구입 시기에 와있다. 앞으로는 좀 더 비용을 저렴하게 산에
갈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물론 참석인원이 많아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이번 시산제도 사실 그런 의미에서 치루어진 행사이다.
많은 교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일련의 행사였던 셈이다.
나뿐이 아니라 참석하신 우리 회원 모든분들이 시산제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주 성대하고 매끄럽게 진행 될 수 있었던 것은 행사를 준비한
모든 회원들의 정성이 모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진행 시나리오를 짜고
직접 사회를 본 신임 총무 '님의침묵'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또 선두에서 제사 음식을 준비하시고 직접 나물등을 만들어 오시고 도네이션하신
백형선부회장님과 시장보기와 돼지머리 대신 수육을 준비해 주신 재무 옹달샘님께
모든 회원들과 더불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또 행사의 주관자가 되어 추운 날씨에 고생하신 우리 정명진회장님,
좋은 기도를 해주신 이길 전회장님, 떡을 도네이션해주신 감사 산이좋아님,
그 밖에 참석하신 모든 회원님들께 등반대장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건냅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2014년 5월 1일 14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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