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Nihahi Ridge Trail

진승할배 2014. 10. 31. 05:19

자명종 소리가 아득히 멀리서 들리는 듯 하다.
산에 가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몸이 무겁다.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다 세번째 알람에 일어난다.

 

이번 주 산행도 차량문제로 해프닝이 있었다.
손을 다쳐서 손이 퉁퉁 부어 올랐음에도 산에 가고 싶어했던 허재혁씨를
어쩔 수 없이 빼야했다. 자기 차를 산에 가져갈 수 없다는 이유로 산행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허재혁씨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다.
아뭏든 산악회 차량 구입 문제가 이길 전회장님의 수고와 노력으로 해결되었다니
다음 산행부터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6시 정각에 기분 좋게 출발한다. 오늘도 처음오신 분이 두분이 계신다.
아참! 세분이다. 이번 연휴를 맞아 따님과 오붓하게 가족 여행을 준비하신 산이좋아님이
전격적으로 산행에 합류하시면서 따님이 본의 아니게 우리 산악회 신입회원이된 셈이다.
매 2주마다 있는 산행에 매번 참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 산이좋아님 처럼 더 연세드시기 전에 록키의 이곳 저곳을 다 다녀보고픈
분들에게는 산행에 한번 빠지는게 많이 아쉬울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약장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ㅎ..

 

등반대장으로서 처음 가보는 산으로 산행을 나서는 것은 늘 긴장하게 만든다.
인터넷 이곳 저곳 여러 싸이트를 뒤지고 아무리 꼼꼼히 준비한다 해도
실지 가본 산이 아니기에 등산로를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지 늘 걱정이다.
왼쪽으로 Elbow 강을 끼고 걷는 길이 물소리와 함께 너무나 좋다.
강 맞은편의 캠프장이 잘 정비되어 있다. 산행 계획표 대로라면 6월 두번째주
산행이 여기 캠프장에서 하루 자고 맞은편 Forget-me-not 산을 올라가는 걸로 되어있다.

 

한국에서 산에 많이 다니신 우리 회원님들 말대로 산길이 딱 우리나라 산길이다.
얼마나 정감이 가는지 발길이 가볍다.
똑 같은 산길이라도 산행자의 경험과 능력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인터넷에 올라 온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똑 같은 길을 어디는 굉장히 가파르다하고 어디는 조금 가파른
언덕이라한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언덕이 가파르지 않다. 처지는 사람없이 모두가 같이
산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일기예보로는 오늘 산행지역이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되어있다. 우리가 이제 막 릿지의
처음 끝자락에 올라섰을때 드디어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에 잔뜩 드리운 검은
구름이 언제 한바탕 비를 뿌릴지 몰라 서둘러 점심을 먹기로 하는데 시간도 마침 12시다.
간단히 마음에 점 하나를 찍어야 할 산행 중 점심식사가 수지님이 싸온 김밥으로 몸에
무거운 짐을 지운 포식이 돼버렸다. 모든걸 금전적으로 환산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나는
얼른 김밥 10줄의 금전적 비용을 계산해 본다. 그렇다면 이 산행이 그 만큼의 경제적
보상이 되어야 할거라는 걱정. ㅋ..
여자라는, 하나님의 오묘한 창조물을 내가 판단해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 어불성설 일테지만
수지님은 첫번째와 두번째의 인상이 절대적인 반전을 이룬 분이다. 첫번째는 도저히 싹이
안보이는 듯 하더니 두번째만에 어느덧 성큼 중견회원으로 자리매김하신 느낌이다.

 

릿지 산행은 릿지에 올라 설때까지가 어렵지 일단 릿지에 올라서면 별 어려움이 없는게
특징이다. 오늘 산행도 마찬가지. 점심 식사 후 완만한 능선길이라 한분 낙오없이 잘
따라오신다. 올라오는 도중 가끔 눈이 있었어도 언덕이 가파르지 않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정상을 불과 30여m 남겨두고 부터는 경사가 급해지고 눈이 많아졌다. 우리보다 앞서가던
캘거리에서 온 한국인 부부가 정상을 포기하고 내려오신다. 정상을 못 올라가는 아쉬움은
크지만 무리는 금물. 우리도 2155m에서 물러서기로 한다. 1635m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520m를 올라왔으니까 한국의 북한산 정도의 등산을 한 셈이지 싶다.
하지만 산행 자체야 어디 북한산에 비길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 한국에서 산행 경험이 많아 보이는 푸른바람님이 '산행이
정상을 꼭 가야하는 건 아니라'고 일갈하신다. 오늘 산행에 처음 참석하신 이분이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드림님의 표현대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한다'는
말 그대로 이다. 젊지만 결코 어리지도 않은 숫총각인 이 친구가 한 오늘 '어록'중 한가지.
만족(滿足)이라 함은 찰 만(滿) 자(字)에 발 족(足) 자(字)라. 발쪽에 기운이 가득한
상태를 만족한다고 말하는데 이렇게 많이 걷는 등산을 하면 다리(발) 쪽에 기운이 가득차기
때문에 만족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헐~~

 

아뭏든 회장님도 이런 박식한 젊은 친구에게 푹 빠지셨는지 하산 길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엉뚱한 길로 빠지시고 말았다. 5/300(삼백분의 오). 표현이 지나치지만 도둑 맞을려면 개도
안 짖는다고 하필 오늘따라 무전기도 챙겨오지 않았다. 다행히 별 탈없이 산행 시작 지점에서
조우하기는 했지만 분명한 대장의 실수. 삼백분의 육이다.
자~ 실수는 실수고. 아직 294번의 여유는 있으니까 먹으러 갈 시간. ㅋ..
산행후기가 산행에 대한 이야기가 씌여져야 정상일텐데 쓰다보니 자꾸 새로오신 회원님들
이야기를 쓰게된다. 그도 그럴것이 도무지 산에 대한 강한 인상보다 새로오신 분들한테
더 충격적인 인상을 받게되니 그걸 안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산악회에 오시는 분들이 유독 그런건지 세상 사람 모두가 다 그렇게 잘 난건지...
백남용님은 아직 산악회 카페 회원도 아닌 분인데 자청하고 바베큐 구이 담당자로 나서신다.

이분이 정말 재주가 많다는데 앞으로도 계속 관찰, 연구할 필요가 있으신 분이시다.

 

이제는 슬슬 술도가의 술이 걱정이 되어간다.

저렇게 매번 산행 때 마다 술을 빼오시다가 진짜 주인이신 조순희 사모님이 아시면 어떡하실려나

우리 회장님이 걱정이다. 저러시다 술은 커녕 산행도 못나오시는 건 아닌지... ㅠㅠ..

비록 일은 다른 곳에서 하지만 지난 주 일요일부터 행적을 같이 해온 김수영씨가 몸 컨디션이

제로인 모양이다. 그래도 약속한 책임감 때문에 차를 제공해주고 운전도 해주는 수영씨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밥이라도 한끼 사야겠다.

 

2014년 5월 25일 14:10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Grotto Canyon & Jura Creek Canyon  (0) 2015.07.12
일취월장... Mt. Baldy  (0) 2014.10.31
Mount Black Prince Cirque Trail  (0) 2014.10.31
시산제를 마치고...  (0) 2014.10.31
Barrier Lake Lookout  (0) 201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