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Allstones Lake Trail ( 2020년 10월 12일 )

진승할배 2020. 11. 2. 07:42

우리네(한국의) 추석은 지난 10월 1일이었다. 
여기 캐나다의 추석인 추수감사절(Thanks Giving Day)은 전통적으로 10월 두 번째 월요일인 어제(10월 12일)였다. 
미국의 Thanks Giving Day는 11월의 4번째 목요일인 11월 26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추수감사절은 나라별로 위도에 따라 계절적인 영향으로 날짜를 달리하는 것 같다.
그런가하면 사시사철 여름인 필리핀이나 인도 또 남미 같은 남방 국가들은 추수감사절이 없다고 한다. 
우리가 공기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따로 공기감사절을 안 만든 것처럼 늘 먹을 걸 내어주는 자연에 특별히 감사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연휴를 핑게로 또 삼총사가 뭉쳤다.

지난 토요일 비가 온 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록키마운틴 하우스 타운에 들어설 때 하늘이 잔뜩 흐려있었다. 
구름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는 산들은 하얀 모자를 쓰고 있는건지 정말 희끗희끗 보였다.
설마 했는데 산행지에 도착하니 눈이 오고 있었다. 
어제 일기예보를 체크할 때까지도 눈 소식은 없었다. 
남방 나라 출신인 싼지브는 추위에 약하다. 나보다도 더 오래 추운 캐나다에 살았는데도 그건 안 바뀌는 모양이다. 
늘 눈이 오면 자기는 산에 안가겠다고 했는데 마치 내가 일부러 눈 오는 걸 속였다고 생각할까 봐 기분이 찝찝했다.

눈이 오는 중에 서로가 아무 말 없이 산행을 시작했다. 눈이 얼마나 더 올지 산행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두가 걱정인 눈치다.
산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서 시계가 제로였다. 
두시간쯤 걸었을 때 앞서 간 준회씨가 눈 위에 통과 시간을 적어 놓은 곳을 지났는데 싼지브와 나보다 꼭 30분이 빨랐다.
레이크와 정상의 갈림길에 섰을 때 약간 구름이 거치는 듯 싶더니 웅장한 Allstones 마운틴을 살짝 보여준다. 
싼지브가 지쳐 보여 그곳에서 간식을 하며 쉬고 있는데
우리보다 훨씬 더 높은데 있을 준회씨가 푸른 하늘이 보인다고 외치는 소리가 저 멀리 구름 속에서 들려온다.

정상에 가까이 갈 때 조금씩 구름도 걷치기 시작했다. 준회씨와 싼지브에게 좋은 경치를 보여주고 싶어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정상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구름이 걷히길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다행이 바람은 없었다. 아니 바람이 있었다면 더 빨리 구름이 밀려났을 텐데 이런 경우 다행이라해야 할까? 암튼 바람이 없어 춥지는 않았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듯 드디어 하늘이 열렸다. 웅장한 산과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에 저절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준회씨도 사진 찍기에 바쁘고 싼지브는 정상에서 아들에게 페이스 톡을 해서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며 자기가 산에 오는 이유라며 자랑질이다. ㅋ..

하산길에 눈이 많으면 싼지브가 어쩌려나 고민했는데 반짝 해가 나면서 트레일에 눈은 거의 다 녹았다.
그런데도 싼지브의 하산길은 너무 느렸다. 경사도 완만한 편인데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다른 팀의 여자들 보다도 느렸다. 
나와 준회씨는 중간에 딱 한번 기다려 주고 주차장까지 둘이 후딱 내려와 버렸다. 우리가 30분 만에 내려온 길을 1시간 10분이나 걸려 내려왔다.

Allstones Lake Trail은 올해 산행한 산 중에 가장 낮은 산이다. 이런 낮은 산은 기록이 정확하지 않다.
아침에 준회씨가 출발 직전 GPS를 찍으면서 오늘 800m를 올라가는 가 보다고 했을 때 600m가 맞을 거라고 정정해 주었다. 
그런데 막상 산행해 보니 준회씨 말이 맞았다. 내 시계로 거의 800m를 올라갔다. 
산행 후 내가 뭐 때문에 착각을 했을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내가 찾아본 가이드 글이 대부분 7.8km에 615m, 8.1km에 605m 심지어 어떤 가이드 글은 13+km around 트립에 450m를 올라 간다고 된 것도 있었다. 
이렇게 이름도 없는 산은 위키 백과에 나올리도 없고 지도 상에 높이가 표시되지 않으니 산행하는 사람마다 등반 높이에 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나저나 싼지브가 걱정이다. 이렇게 쉬운 산도 시간이 오래 걸리면 이젠 동반자의 안전도 걱정이다.
오늘 준회씨는 정상 바로 밑에서 적어도 1시간 이상은 우리를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다행히 바람도 없고 기온도 낮지 않은 데다 등산로가 남향이어서 별 어려움이 없었을지 몰라도 
앞으로 더 추워질 겨울 산에서의 1시간은 자칫 안전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벌써 5번이나 산행을 하고도 조금도 더 나아지지 않는 싼지브를 어찌할꼬...

 

 

Allstones Lake Trail 주차장. 저 빨간 승용차의 주인은 전날 밤 Lake 옆에서 야영을 했다고 한다.

 

Abraham Lake가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에 놓인 국립공원 빨간 의자가 눈 속에 을씨년스럽다.
정상가는 길과 호수로 내려서는 길의 갈림길에서 잠시 구름이 열렸다.

 

저 위 정상 바로 밑에 준회씨가 서 있는데 사진으로는 안보인다.

 

 

 

 

 

Allstones Mountain과 Allstones Lake
Abraham L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