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Galatea Creek Trail... 2013. 10. 09

진승할배 2013. 12. 19. 13:19

모처럼 형님들(정회장님, 오기자님)을 따라서 산행을 했습니다.
어릴 때 작은형을 따라서 산에 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때는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갔는데 이번에는 자가용을 타고 갔습니다.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갔는데, 부자는 아니어도 저도 자가용은 있습니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고 처지가 변했다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자가용이라는 말을 참 오랫만에 써보고 들어보네요.)

 

금요일 날씨가 하도 좋아서 갑자기 만들어진 산행이었습니다.
산행지는 지난 주 씨엔드림에 올라 왔던 갈라티(Galatea) 등산로.
등산로가 험하지도, 길지도 않고(편도 5.9km) 계곡이 좋다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씨엔드림에 올라 온 정보만으로는 부족한 듯해서 Trailpeak라는 인터넷 등산 정보 싸이트를
참조해서 산행에 나섰는데 진짜 꼭 필요한 알아야 할 정보가 없어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등산로 입구는 찾기가 쉬운 편입니다. 캘거리에서 1번 하이웨이를 타고 밴프쪽으로 가다가
카나나스키스 방향 40번 하이웨이를 타고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면(인터넷 싸이트에는
카나나스키스 골프 리조트를 지나 3마일 이라고 표시 되어있지만 실지는 5마일 쯤 됨)
오른쪽에 Galatea라고 쓰인 표지판이 보이고 이 표지판에서 한 200m 쯤 지나면 오른쪽에
커다란 주차장이 있는데 여기가 산행 출발지입니다.

 

등산로 입구.. 너무 잘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거기 임시 안내판이 섰습니다.
'Lillian Lake 캠프 그라운드를 포함한 갈라티 크릭 트레일을 폐쇄' 한다고 합니다.
원인은 지난 여름 캘거리시(市) 홍수 사태 때 카나나스키스 지역도 피해를 입었다네요.
그래도 우리 앞으로 몇 팀이 지나갔고 우리를 따라 오는 사람도 있으니 괜찮겠지 하고
무심히 지나칩니다.
그 안내판을 지나자 마자 아름다운 현수교가 우리를 맞습니다.
다리 밑을 흐르는 갈라티 Creek 물은 여지껏 보아온 로키의 계곡 물과는 다르게
꼭 우리나라 산 계곡 물 같이 너무나 맑고 깨끗해 보입니다.
오늘 우리가 산행한 등산로는 갈라티 크릭을 따라 걷는 트레일인데 산행을 마치고 나니
한바탕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 놀음을 하고 온 느낌입니다.

 

처음엔 시원하게 아름다운 자기의 얼굴을 다 들여내 보여 홀딱 빠져들게 하더니 금방 자취를 감춥니다.
근데 그건 제 잘못 이었습니다. 두번째 다리를 건너면서 너무도 빤한 편한 길을 따라 가다
여인을 놓지고 말았지요. 그 길은 Terrace Trail. 그냥 무조건 따라가면 카나나스키스 리조트가
나오고 중간에 왼쪽의 봉우리를 향해 계곡을 오르면 Mountain Kidd를 오르는 길입니다.
우리가 거기 Mt.Kidd 발치까지 갔다는거 아닙니까? 지난 주에 연이어 길을 잘 못 찾았습니다.
이기고 지는게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입니까 한번 실수가 병가지상사입니까.
암튼 길을 잘 못 들거나 정상을 못 올라가는 것은 산가지상사(山家之常事) 일거란 생각입니다.
그래도 이럴 땐 이재기대장이 그립습니다.

 

두번째 다리, 현수교를 건너고 첫번째 다리인데 그나마도 임시 다리입니다.
그 다리 왼쪽으로 갈라티 크릭 트레일이 있는데 거기가 홍수로 길이 끊어져 우리가 길을 못 찾은겁니다.
거의 두시간을 까먹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계곡 트레일 산행입니다.
길도 좋고 오르막도 어렵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계곡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정말 한국의 유명산 계곡에라도 와있는 느낌입니다.
이런 산을 왜 이제야 알았는지, 왜 여름에 안왔는지 후회가 막급입니다.
내년 여름엔 정말 이 계곡 닮아 예쁜 애인 데리고 꼭 올거라 다짐합니다.

 

이제 그 예쁜 계곡을 따라 가는데 어쩜 그렇게도 깍쟁이인지.
어떤 때는 바로 옆에서 아름다운 노래소리로 나를 즐겁게 해주더니
언제는 나를 멀리 떨어뜨려 감질나게 합니다. 조금 위험을 감수하고 가까이 가면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계곡의 비경을 살짝 보여줍니다.
그러다 가끔은 그 계곡을 건너게 해주고 밑으로 흐르는 옥류를 보여 줘 나를 아득하게 만드는가 하면
힘들게 다가가 계곡을 건너려면 물 한방울 없는 팍팍한 건곡으로 나를 무심히 대합니다.
원래 이 트레일에는 10개의 다리가 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5개째의 다리까지는 그런대로
다리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지난 홍수에 다 쓸려가고 그 흔적만 겨우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리 뿐이 아닙니다. 상류로 올라 갈 수록 트레일도 무너져서 등산로가 끊긴 곳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우리 아들 어릴 때 부르던 노래... "♬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 엉금 기어서 가자~~♪" 가 생각납니다.
진짜 악어떼가 나올 것만 같습니다.
정말 그런 산행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물에도 빠져 새 신발 방수 테스트도 했습니다.

 

거의 Lillian Lake까지 왔다 싶은 곳에서 우리는 결국 돌아서야 했습니다.
계곡은 점점 좁아지는데 등산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더 이상 등산을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결정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씨엔드림이나 인터넷에 올라 온 정보가 최신의 후레쉬한 정보는 아닌 셈이었습니다.
입구에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진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아니 내년까지도 어쩌면 산행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어집니다.
그래도 정말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이 멋진 산행 함께 해주신 두분 형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