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19로 인해 일을 쉰 지 8주 차가 되었고 지난주 월화 연이틀 산행한 지 열흘이 되었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맘을 먹고 마지막 산행을 하기로 했다.
새벽 4시 반. 오늘은 긴 하루가 될 것 같아서 조금 일찍 출발했다.
여명이 밝아 오는 아침 하늘에, 황금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보름달이 서쪽하늘로 넘어가고 있다.
모처럼 맑은 날을 만났다.
머리에 하얀 모자를 쓰고 있는 요즘의 록키가 일년중 가장 아름답다.
그로토 마운틴은 큰 산이다. 높이도 2706m나 되고 올라가야 할 높이도 1400m나 되고 시간도 7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캔모어 시내에 있어서 접근이 쉬운 산이지만 캘거리 한인산악회가 10시간 30분이 걸렸다는 기록을 보고 쉽게 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로토 마운틴은 두가지 루트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디렉트(Direct) 루트고 다른 하나는 ACC(Alpine Club of Canada) 루트라고 한다. 아무래도 디렉트 루트가 더 가파를 거 같고 아직 눈도 있는데 동반자 없이 힘든 루트를 오르기는 겁도 나서 이번엔 ACC 루트로 오르기로 했다.
그로토 마운틴 산행은 캔모어 시내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캐나다 알파인 클럽에서 시작한다. 캐나다 알파인 클럽은 벌써 100여년 전에 일반인 몇 사람이 모여 만든 순수 민간 봉사 단체라고 한다.
록키에서는 루트 개척 및 관리 보수, Hut이나 Lodge의 관리 및 운영등을 한다고 한다.
매년 회원도 모집한다고 하는데 회원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어떠한 의무와 권리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 1km 구간은 경사도 완만하고 여러개의 트레일과 겹쳐 대여섯 개의 갈림길이 있는데 처음 한 번만 우측 길로 들어서고 나머지 길은 대체로 직진 방향의 길을 택하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얼마간 걸었을 때 카톡 알림음이 울린다. 마을 뒷산이라 그런지 인터넷이 잘 터진다. 열어보니 한국에 사는 친군데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니 술빵을 먹는지 술떡을 찌는지 부럽다고 횡설수설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짜슥아... ㅋㅋ
마지막 트레일 갈림길이 끝나고 부터는 급경사가 시작된다. 이런 큰 산은 달리 방법이 없다. 닥치고 뭐라고 진짜 닥치고 오르기만 하면 된다. 지난주에 갔던 Opal Ridge South는 바위산이라 나무도 없었는데 그로토 마운틴도 바위산이지만
수목한계선까지도 소나무가 많이 있었다.
나무가 끝나는 지점에서 두번째 휴식을 취하면서 시계를 보니 11시 10분, 2343m를 나타낸다. 그러니까 두 시간 40분
만에 1000m를 올라왔다는 얘기다. 가끔 이렇게 산행 시간에 비해 높이를 쉽게 까먹는 산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컨디션 문제인지 기록의 오류인지 헷갈린다.
Tree Line(수목한계선) 위로는 마의 스크리 지역. 처음 올려다볼 땐 까마득하더니 그래도 생각보다 쉽게 30분 만에 돌파하고 Top Ridge(정상부 릿지)에 도착했다. 정상 릿지는 이웃한 레이디 맥도널드 처럼 반대편 북쪽은 깎아지른 낭떠러지이지만 유명한 레이디 맥도널드 릿지만은 못하다.
이어진 능선 저 끝에 정상이 손에 잡힐듯 가까워 보이지만 릿지가 날카롭고 높낮이도 있는 데다 보기보다 길어서 꼬박 한 시간을 걸어야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 하산하는 아가씨들 셋을 만났는데 디렉트 코스로 올라 왔는데 눈도 있고 너무 가팔라서 내려가기엔 위험할 것 같아 내가 올라온 루트로 돌아서 내려간다고 한다. 정상에 레지스터(등정자 이름을 쓰는 노트)가 있냐고
물으니까 자기들은 못 봤는데 그로토 마운틴에 레지스터가 있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다고 한다.
정상에 올라가면 꼭 찾아봐야지 했는데 경치에 취해서 레지스터 찾는걸 까먹었다. 그래서 레지스터는 없는 걸로... ㅋ
정상에 올라 서니 캔모어 지역 제 1봉 답게 모든 산이 내려다 보이고 산너머 산까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려오면서 반대 방향에서 보니 릿지에 쌓인 눈의 커니스 형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장난기가 발동해 저 눈위에서 엉덩방아를 쿵 찧으면 저 눈이 무너져 내릴래나 아니면 릿지의 큰 바위를 붙잡고 눈 위에 엎드려 수영하듯 물장구를 쳐볼까 생각도 든다.
언제나 내려가는 길은 이걸 어떻게 올라왔나 싶은데 진짜 이 산은 이길이 내가 올라온 길이 맞나 싶게 정말 가파르다.
어프로치가 짧은 산은 산을 내려 오면 거기 바로 내 차가 있어서 좋다. 오늘은 더욱 내 차가 반갑다.
7시간 45분이 걸렸다. Bob Spirko 보다 15분 더 걸렸다. 언젠가부터 느낀 건데 내가 Bob보다 산행시간이 많이 늦지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렇담 나도 이제 전문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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