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Grizzly Peak I (2016년 7월 30일)

진승할배 2016. 8. 12. 11:59

  Gillean Daffern's Kananaskis Trail Guide 책자의 50번 루트 Grizzly Peak을 가기로 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구글에서 그리즐리픽을 찾아 보았다. 구글에서 캐나다 산의 정보를 찾을 때 더러는 같은 이름의 산이 미국에도 있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그러나 같은 캐나다에서 같은 이름의 산을 보기란 정말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 Grizzly Peak은 캐나다 안에 그것도 같은 카나나스키스 지역에 두개의 산이 있는 걸 알게 되었고 정작 내가 가고자 하는 그리즐리픽 보다 다른 그리즐리픽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음을 알고 적잖이 당황했었다. 

질리안의 책자를 다시 찾아보니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그리즐리픽은 Opal Ridge South라는 이름으로 소개 되어있었고 최고봉에 대한 설명으로 그리즐리픽이라는 산 이름을 썼는데도 내가 갈려고 하는 그리즐리픽이랑 구분 되어지는 어떠한 언급이 없다는게 이상했다. 그런데 정보를 찾다가 Bob Spirko의 사이트에는 Opal Ridge South에 있는 그리즐리픽을 그리즐리픽 II(2)로 표기되어 있는 걸로 봐서 두개가 다 그리즐리 픽은 맞는 것 같았다. 앞으론 나도 그리즐리 픽 I과 II로 구분하기로 하였다.

암튼 질리안의 책자에 있는 그리즐리 픽은 몇 가지 다른 코스와 연계되어 있는데 그 설명 만으로는 찾아 가기 어려워 보인다.  

 

산행하는 날의 일기예보가 안좋다. 에드먼튼 뿐 아니라 카나나스키스 지역도 하루종일 시간대별 비 올 확률이 50% 안밖이다. 비가 주룩 주룩 오는 새벽에 에드먼튼을 출발하였다. 

오늘도 일행은 수지와 박여사님.

다른 일행 두분은 레드디어 맥도널드에서 만나기로 하였단다.

아침에 늦장을 부리다 약속 시간에 늦어 허둥지둥 서둘다 그만 윈드자켓을 빠트렸다. 평소 같으면 미리 배낭에 넣어두는데 아침에 비가 온다고 해서 입을려고 밖에 꺼내 놓았다가 입는 걸 깜박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 비도 오는데 참 난감하게 되었다.

맥도널드에서 리나님과 그의 아들 제레미를 만난다. 리나님은 푸른 산악회 회원이시고 수지와 나이가 비슷해서 친구 같이 잘 지내는 사이이다. 그의 아들도 벌써 몇번 산행을 같이 한적이 있는 구면이다.  

 

오락가락하는 비를 맞으며 캘거리로 향하는데 록키가 있는 저 멀리 서쪽으로는 맑은 하늘이 보인다. 실날 같은 희망도 본다. 이번 산행지는 카나나스키스 지역에서도 아주 깊은 곳으로 자동차 오도미터의 거리계로 약 420km 쯤 되는 곳이다. 거리상으로 에드먼튼에서 밴프 보다 약 20km가 더 먼 곳이다.

또 도로의 높이도 점점 높아져 2206m의 Highwood Pass를 지나게 되는데 바로 그 지점에 있는 Highwood Pass Parking Lot이 산행 시작 지점이다. 하이우드 패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생각 보다 차가 많다. 

우리가 가는 그리즐리픽이 unofficial 산행지인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인가 보다고 생각하면서 오늘은 길 잃을 염려는 없겠다는 안도감이 든다.

주차장 바로 옆을 흐르는 포카테라 크릭을 건너는 멋진 나무 다리가 산행 시작 지점이다. 하지만 다리 바로 앞에 있는 표지판에는 이 길이 Highwood Meadows Trail과 Ptarmigan Cirque Trail 가는 길이라고 안내 되어있다. 

또 이 안내판에 의하면 Highwood Pass가 캐나다에서 자동차로 지날 수 있는 최고 높이의 패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12월 1일부터 다음 해 6월 중순까지 도로가 Close 되어서 겨울 산행을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트레일은 역시 공식 루트 답게 잘 정비되어 있지만 우리는 약 500m 쯤 가서 그 길을 버리고 왼쪽의 숲으로 향한 길을 타야한다. 진창이 많은 그 길은 작은 산등성으로 인도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Highwood Ridge 반대편으로 흘러 내린 지류로 결국 Highwood Ridge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그 능선을 그대로 따라가면 될 것 같았다. 

우리는 능선을 넘어 반대편 초지에 내려 서야 하는데 작은 능선 치고는 내리막 길이 제법 가파른 편이다. 

초지에 서면 우선 만발한 하얀 당귀 꽃이 은은한 한약 냄새를 풍기며 반긴다. 여기까지는 불과 2-30분 남짓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이다. 초지를 지나 물소리 시원한 포카테라 크릭을 지나면 물 웅덩이에 가까운 작은 연못을 만나는데 이곳이 Pocatera Tarn이다.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른다.(45분) 오르막을 향해 왼쪽으로는 우리가 오를 그리즐리 픽인데 까마득한 경사로 정상이 보이지도 않는데 여기가 Avalanche Slope라고 한다. 정면으로는 Tyrwhitt(티어윗트) 능선이 앞을 가로 막았고 우측으로는 포카테라 릿지 제 4봉(No.4 Peak)이 막아서서 아늑한 분지의 형태이다.  

이제 연못을 등지고 작은 언덕을 오르면 두번째 초지를 만나는데 마치 센테니얼 패스 밑에 있는 초지(Meadow)와 느낌이 아주 흡사하다. 초지에 서면 Grizzly Col이 바로 눈 앞에 빤히 보이고 왼쪽 사면을 따라 아주 길게 비스듬히 오르는 길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안부에 올라 서면 오른쪽으로 압도적인 경사의 Tyrwhitt 산 후면을 보게 되는데 몇몇 젊은 하이커들이 자일 확보도 없이 후리로 티어윗트를 오르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손바닥에 땀이 차고 내가 저걸 올라갈까 싶은데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안부에 서니 완전히 바람의 통로다. 점심을 먹어야 겠는데 강한 바람 때문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누구든 다음 산행 때 안부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바람이 좀 약한 비탈면에 불편한 자리를 만들어 점심을 먹었다. 안부에서 정상은 약 800m. 하지만 급경사라 쉽지는 않다. 20분 쯤 깔딱 고개를 오르면 앞이 탁 트이면서 남동능(South-east Ridge)에 오르게 된다. 여기서 부터 정상까지는 꿈 같은 쉬운 능선길이다. 정상에 서면 마치 우리나라 풍수지리에서 명당으로 꼽는 다는 좌청룡 우백호를 연상케하는 하이우드 릿지와 남동능이 그리즐리픽 정상을 좌우로 뻗어 내리고 그 가운데에 분지 같은 파라다이스 계곡이 자리 하는데 그 이름 그대로 파라다이스 같이 보인다. 이곳 정상에서의 뷰는 내가 가본 록키 산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거라고 확신한다. 

정상에서 하이우드 릿지로 연결은 되어 있지만 능선이 날카로워 오른쪽 사면으로 내려 선 후 다시 능선으로 올라 붙어야 해서 쉬워 보이진 않는다. 대신 우리가 올라선 남동 릿지는 그리즐리 콜로 내려서는 분기점을 지나쳐 그대로 남쪽으로 종주를 할 수 있는데(6.4km) 차가 두대 있어야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하이우드 릿지나 남동능 릿지 산행을 다시 해보고 싶은 곳이다. 하산 길은 두시간도 안걸리는 아주 쉬운 길이다. 올라 올 때 조금 고생하신 최고령 박진남 누님이 날듯이 앞장서서 내려 가신다. 

 

짧지만 화끈하고 경치가 아주 멋진 산행이다. 안전하고 쉬운 산행이라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산행지이다. 

모처럼 일찍 산행을 끝내서 돌아오는 길에 캘거리에 들려 장도 보고 맛난 것도 사먹는 호사를 누렸다. 

돌아 오는 길 운전을 자처한 수지여사 덕에 소주도 일병 흡입하는 횡재도 누린다.  

수지 땡큐! 알라뷰~~~ ㅎㅎㅎ

 

Highwood Pass 주차장. 오른쪽 나무숲 왼쪽 끝 하늘과 만나는 곳이 하이우드 패스(도로) 최고 높이 지점.

 

 

주차장의 고도

 

 

 

산행 시작 지점인 포카테라 크릭 다리

 

 

 

하산 때 찍은 사진이지만 그리즐리 픽은 왼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올라갈 때는 오른쪽 오피셜 루트를 따라 올라갔다.

 

 

 

오피셜 루트를 따라가면 나무로 잘 정비된 길을 만나는데 이 길 끝에 있는 전망대에서 옆으로 내려서면 그리즐리 픽 루트와 만날 수도 있다.

 

 

 

그리즐리 픽 정상

 

 

 

왼쪽에 그리즐리 픽에서 내려온 사면과 오른쪽 포카테라 4봉 사면 사이의 역 S자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게 된다.

 

 

 

포카테라 릿지 제4봉과 그 뒤로 이어진 포카테라 릿지

 

 

 

사진 윗쪽의 능선을 넘어와 초지를 지나 포카테라 크릭을 건넌다.

 

 

 

Pocatera Tarn

 

 

 

두번째 초지에 올라서면 드디어 저 멀리 그리즐리 꼴(안부)이 보인다.

 

 

 

등산로 왼쪽으로 까마득히 솟은 그리즐리 픽 정상. 이 사면이 Avalanche Slope이다.

 

 

 

사진 오른쪽 흙 색깔이 완전히 구분되어지는 곳이 그리즐리 꼴이다. 왼쪽 사면을 따라 꼴로 올라서는 길이 보인다.

 

 

 

포카테라 릿지 제4봉을 배경으로 한 두번째 초지. 저 멀리 초지에 올라선 우리 일행이 보인다.

 

 

 

그리즐리 꼴에 올라선 사람들이 보인다.

 

 

긴 경사로를 따라 그리즐리 꼴로 올라서는 우리 대원들...

 

 

 

 

그리즐리 꼴과 그 반대편 티러윗트(Tyrwhitt)산 후면의 모습. 사진을 확대해 보면 저 가파른 사면에 붙은 두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남동릉에 올라서서 정상쪽으로 바라본 모습. 능선을 따라 제일 끝에 삼각봉이 그리즐리 픽 정상이다.

 

 

남동릉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대원들

 

 

이 산의 주인인 Big Horn Sheep

 

 

남동릉과 오른쪽 티어윗트 산

 

 

그리즐리 픽 정상에서 본 왼쪽의 Highwood Ridge와 오른쪽의 South-east Ridge. 가운데가 Paradise Valley이다.

 

 

남동릉을 배경으로 거의 정상에 올라선 대원들

 

 

드디어 정상!

 

 

정상의 고도

 

 

하이우드 패스(도로)에서 찍은 그리즐리 픽이다. 왼쪽이 하이우드 릿지가 시작되는 봉우리. 두번째(사진 가운데 봉우리)가 그리즐리픽, 오른쪽 끝 봉우리가 티어윗트 산이다. 사진 앞쪽의 작은 능선을 넘어가야 그리즐리 픽으로 갈 수가 있다. 이 작은 능선을 왼쪽으로 계속 따라가면 하이우드 릿지로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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