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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차 산행... Roche Miette (극기훈련을 다녀와서)

진승할배 2011. 9. 14. 08:31

하산하는 길에... 내가 물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길 올라왔지? 근데 왜 올라온거야?
"그러게... 미쳤지!" 올라오는 내내 불평 많았던 누님의 대답이다. ㅎㅎ..
딱히 대답을 구할려고 물었던건 아니다.

 

올라오는 내내 내리막이라곤 딱 한차례 그것도 5m 남짓뿐이고
줄 곧 오르막 길이다. 그것도 평균 경사 30도는 족히 넘을 급경사다.
9월 날씨 답지않게 내리쬐는 태양. 체감온도가 30도는 넘을 불볕 더위다.

 

오랫만에 힘든 산행을 했다.
그렇다고 나쁜 산행은 아니다. 늘 그렇듯 힘든 산행이 많은 추억거리를 만든다.
하이웨이에서 빤히 올려다 보이는 산. 어프로치가 짧은 만큼 경사도가 만만치가 않다.
초반부터 급경사에 급급경사다.

이 비탈 하나만 넘으면 능선일거 같고 이 언덕 하나만 올라서면 정상일것 같은
그런 오르막을 백개쯤은 넘었을 것이다.
경험으로 비추어 이런 산을 오르는데는 달리 노하우가 없다.
그저 시간이 약일 뿐이다.
맘 속으로 시조 "태산이 높다 하되"를 외우고 또 외우며 올라갈 뿐이다.

 

급 비탈진 손바닥만한 그늘 속에서 점심을 먹는다.
밥을 먹는 내내 급경사에 몸을 버티고 있는 발바닥이 아플 지경이다.
그래도 먹는 것은 즐거운 일.
정명진 회원님이 꺼내든 독한 물이 피로에 지친 회원들의
마음과 몸을 달래준 듯 싶다.
회원들의 얼굴은 그래서 더 즐거운 표정들이고 짜증내는 사람 하나 없다.

 

대장의 작전은 적중한 듯 싶다.
누가 거기까지 와서 불편한 점심만 먹고 그냥 내려갈까.
예서 돌아갈 수도 없으니 30분쯤 남았다는 정상을 향해 기를 쓰고 올라간다.
덕분인지... 우리 회원들이 대단한건지
24명 산행에 18명이 그 힘든 산 정상에 섰다.

정상에 먼저 올라 선 사람들이 후등자들이 정상에 올라설 때마다 박수로 맞이한다.
그만큼 힘든 산행이었고 스스로에게 또 동료에게 보내는 자랑스러운 박수다.
정상에서 풀어 논 황대장의 아이스 맥주가
그나마 황대장에 대한 회원들의 미움(?)을 덜어준듯하다.
맥주를 얼려서 신문지에 돌돌 말아 그 냉기를 보관해
정상에 선 회원들에게 시원한 정상주 한잔을 대접하려는 대장의 마음이 이쁘다.

 

내리막길은 말해 무엇하랴.
붙잡을데라곤 하나도 없는 미끄러운 급경사길.
한번 굴러내리기 시작한다면 저 밑 도로 옆에 Body로 누었으리라.
다시한번, 산은 우리나라 산이 최고라는 생각이 절로든다.
여기 산은 뽄데없이 높이로만 치솟았지 도무지 정감이 가질 않는다.
계곡은 말라있거나 물이 있어도 먹을 수도 없고
나무도 시원한 그늘막은 커녕 뜨거운 열기만 내뿜는 침엽수뿐이고
정상부분은 뾰족한데다 눈이 있거나 푸석 바위라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니
어디 정 갈데가 하나나 있나 말이다.

사실 우리가 올라 선 정상도 최고봉은 아니다.
진짜 정상에 올라설려면 암벽등반을 각오하거나
적어도 대원들끼리 안자일렌을 해야 올라갈 수 있을테니 엄두를 낼 수 조차없다.

 

올라갈 때 보다 더 힘들게 내려오는 중.. 누군가 밑에 가면 시원한 수박이 있다는 말이
지친 회원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밑에 진짜 수박이 있었다.
이석주회원님이 얼음으로 채운 아이스박스 속에 강호동 대굴통보다도 더 큰 수박을 두개나 넣어오셨다.
그 시원한 맛이란... 가히 오늘의 백미다.
그 수박 한통을 혼자 다 먹어도 시원찮을텐데
고생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모든 회원들이 자제를 하고 서로에게 양보를 한다.
보기 좋고 감사하다.

 

언제나 그렇듯 뒤에 처진 사람들을 박총무가 단도리해서 마지막으로 내려온다.
그 험한 산행이 작은 사고 하나 없이 잘 끝났다.
언제나 묵묵히 앞과 뒤에서 우리를 이끌어 주고 밀어주는 사람들 덕이다.

 

내려와서 회원들의 얼굴을 보니 처음의 내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물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글쎄.. 근데 거긴 왜 올라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