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Robson Mt. ... Berg Lake Trail... 2013. 09. 19

진승할배 2013. 12. 19. 13:15

이 지구상엔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
가령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든가. 너무 심오한가?
그럼 '뒷뜰에서 나는 쿵 소리는 호박 떨어지는 소리요,
뒷간에서 나는 풍덩 소리는 떵 떨어지는 소리다.' 앗! 이건 더 심오(?)하다.ㅎㅎㅎ..
우리 산악회에도 언젠가 부터 진리가 생긴 듯 하다.
산행은 반드시 죽기 살기로 8시간 이상은 걸어야 한다는 것!

 

지난 주 산행에 이어 이번 주 산행도 트래킹 산행이다.
말이 좋아 트래킹 산행이지.
오늘 오르는(?) 산은 캐나다 최고봉 Robson Mt.(3954m)이다.
그렇다고 그 산의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Robson Mt.을 보며 걷는
Berg Lake Trail인데 최고 높이는 1600m대로 평소 우리가 오르는 산보다는 낮은 곳이다.

내가 알기로 이 berg라는 말은 산을 뜻하는 독일어에서 온 단어인데

한때 우리나라 산 장비중에 작은 써브쌕(보조쌕)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써브쌕의 이름이 버그쌕(혹은 베르그쌕)이라 불리웠던 기억이있다.

그런데 왜 호수의 이름이 berg(산) 호수일까?

 

오늘 산행 인원은 6명. 성별로는 남녀가 3대 3, 출신지 별로 보면 문둥이가 너이, 짠물이 둘.
나이별로는 50대가 너이, 60대가 둘. 그들이 캐나다 최고봉에 도전한다. ㅋ..

트래킹은 주차장에서 Robson강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롭슨강의 왼쪽을
따라 시작된다. 이 길은 등산로라기 보다는 오프로드를 한대 올려 털컥 4륜 기어를 넣고
달리면 좋을 산판 임도에 가깝다. 실제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그 길의
시작 지점에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다.

 

오른편으로 흐르는 롭슨강은 그 수량이 얼마나 풍부하고 류속이 빠른지 옆에 걷는 사람의
말 소리 조차 알아 듣기 힘들 만큼 물소리가 요란하다.
여름인데도 머리에 흰 만년설을 이고 있는 Robson Mt.을 배경으로 산 속으로 향한 길은
힘들이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겠는데 마치 한국의 속리산 법주사 가는 길 또는
오대산 상원사에서 적멸보궁 가는 길 혹은 설악산 신흥사 들어가는 길을 닮은 느낌이다.
그래 그런가 나는 아까부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저 산 중 어딘가에 있는 절, 주지스님의 고급 승용차가 뒤에서 나타나 요란한 경적 소리로
우리를 비키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여기는 캐나다니 그럴 일도 없겠지만
한국에서 몹쓸 기억만 가져온게다.
주지 스님의 차. 여기에 풀어 놓을 수 없는 정말 안 좋은 기억이 있다.

 

한시간 반쯤 강물을 따라 걸으면 갑자기 강물 소리가 잦아 지면서 Kinney Lake를 만나는데
모두가 그 Kinney Lake(955m)와의 첫 대면에 감탄을 자아낸다.
여지껏 보아 온 로키(혹은 캐나다)의 호수들은 대개가 물을 품고 있는데 반해 이 호수는
엄청난 양의 물을 방류한다. 올라오는 내내 이 많은 물이 과연 어디서 올까 싶었는데
호수 옆 안내판에 보니 이 물은 Robson Mt.에 있는 4개의 빙하에서 흘러 들어 오는데
요즘처럼 가장 더운 여름날에 그 수량이 최고에 이른다고 한다. 또 이 물이 Robson강을 따라
중간에 호수 하나 거치지 않고 바로 뱅쿠버 쪽의 태평양으로 이른다고 하니 여기에 작은 배 하나
띄우면 출입국 수속없이 한국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호수를 왼쪽으로 끼고 유난히 오르 내림이 많은 작은 고개(1030m)를 넘으면 호수 상류쪽에 있는
Kinney Lake 쉘터(980m)를 만난다. 여기서 한 숨을 고르고 다시 작은 고개(1030m)를 넘으면
호수 윗쪽에 펼쳐진 너른 분지를 만나고 그 분지를 가로 질러 다시 1260m의 고개를 힘들게 넘어서면
아름다운 현수교를 만나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 왼쪽에 Whitehorn Mt.과 오른쪽에 Robson Mt. 사이에
펼쳐진 너른 분지를 만난다. 여기에 Whitehorn 쉘터(1110m)가 있다.
이 쉘터에서 왼편의 Whitehorn Mt.을 바라보면 아득히 높은 곳에서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이름도 없는 폭포가 장관이다. 내 평생 머리털 나고 그렇게 긴 폭포는 처음 보지싶은데
이걸 어떻게 더 멋있게 설명 할 길이 없는게 안타깝다.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3시간 40분을 걸었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산행에 처음 참석하시는 분이 계시면 더러는 여지껏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하곤
하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 처음 오신 분. 백형선 부회장의 언니라고 하시는데
이분이 에드먼튼에서 제일 오래된 교회의 장로님 사모님이라시고 또 재래식 된장과 간장도 직접
만드신다는 에드먼튼에서 제일 요리를 잘 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어쩐지 아침에 맥도널드에서 꺼내 놓으신 빈대떡 부터, 산행 중 꺼내신 손수 찌셨다는 술떡이 수상쩍다
싶었다. 거기다 점심 식탁에 펼쳐진 갓김치, 깻잎김치, 오이지 무침이 식욕을 북 돋운다.
그나 저나 그 분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백형선 부회장의 언니이시니 우리 보다는 연배가 훨 많으실텐데
고개를 세개나 넘어 여기까지 오도록 한번도, 조금도 뒤처짐이 없으시다.
재작년 여름, 백부회장을 처음으로 포카혼타스에서 봤을 때 다람쥐 처럼 몸이 가볍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자매분들은 어려서 부모님이 무슨 좋은 보약을 해 먹이셨는지 그 체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자~ 이제 점심 밥 값을 해야 할 때다.
여지껏 걸어온 길이 11km. 처음 오기자님이 산행 공지 때 계획하신 Emperor 폭포까지는 이제 5km 남았다.
시간은 오후 2시 40분. 갑자기 김미옥씨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난다. 잘 하면 Emperor 폭포까지는
갈 수 있겠다 싶은가 보다.
분지를 따라 오른쪽으로 분지 끝에 다다르니 오른편으로 족히 10m는 될 만한 폭포가 있는데 이름도 없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런 작은(?) 폭포에 까지 이름을 붙히면 폭포가 수도 없겠다 생각이 든다.
이제 그 폭포 밑의 다리를 건너 산 길로 들어서는데 오늘 산행에서 유일하게 오르막만 있는 진짜
산행이다. 오른쪽의 계곡을 따라 산길을 걷는데 그 계곡이 얼마나 험하고 깊은지 산길 오른쪽은
아마득한 낭떨어지이다. 죽기 살기로 White Fall에 다다른다. 1500m다.
다시 죽기 아니면 까무러 치기로 Falls of the pool(1550m)에 다다른다.
그 장엄한 폭포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백부회장과 김미옥씨가 사라졌다.
그 여자들이 우리 불쌍한 남자들을 버린것이다. 역시 여자들에게 의리란 없다.
불쌍한 세 남자가 여자들을 따라 나선다.
1600m. 이제 Emperor 폭포의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진다. 여기서 현명한(?) 세 남자의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진다.
'봤으면 됐지 뭐 굳이 올라갈거 까지 있겠는가.' 그리곤 퍼진다.
오는 내내 과묵하신 새벽별님 남편분의 얼굴이 밝아졌다.
역시 남자들은 현명하고 여자들은 지독하다. ㅎㅎㅎ...
 
역시 큰 산은 다르다. 나무도 크고, 계곡도 깊고, 폭포도 장엄하고 정말 볼 거리가 많고 느끼는게 다르다.
우리 산우님들이시여, 정말 꼭 한번 가보시라 강력히 추천해 드리고 싶다.
오늘 30km(여자분들은 32km)의 산길을 걸었다.
총 9시간 40분. 우리 산악회의 진리는 오늘도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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