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6차 산행후기... 이길 회장님과 황대장의 과잉충성?

진승할배 2011. 10. 11. 05:58

산행을 일주일 연기하고 이길회장님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올해의 마지막 산행을 가능한 많은 회원들과 같이 하려던
회장님의 배려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킨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한주일 내내 꾸물거리던 날씨가 산행 전날 오후부터 개이기 시작한다.
산행이 연기돼서 산행 인원이 늘었을지 줄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날씨 하나만은 지난 주보다 끝내주게 좋은건 확실하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회장님의 결정은 잘된것이 아닐까.

 

오늘 우리가 올라가는 산 이름이 시그널 마운틴(Signal Mountain)이라고 한다.
Signal이란 신호나 부호를 뜻하는 말일 터인데
그 산 정상에 올라가면 멀리 있는 애인한테 내 마음의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걸까?
아니면 여기 가까이 있는 흠모하는 여인한테 살짝쿵 사랑의(?)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걸까. ㅎ..

 

세상 일 쉬운거 없듯 쉬운 산행은 없는가 보다.
지난 9월 산행이 너무 힘들어서 이번 산행에 대한 황대장의 고민이 엿보이는 산행이긴 했는데...
지나친 고민이 자충수가 된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비단길 같이 곱고 너른 산행길. 급하지도 가파르지도 않은 길은 공원 산책길같다.
내려와서 트레일 안내표지판을 보니 우리가 올라간 길이 Fire Road라고 되어있다.
어쩐지... 그래 그런가 오르는 내내 한국에 축령산 자연휴양림 뒷편의 산판도로를 따라
산행하는 기분을 느꼈던가보다.
로키의 산으로선 드물게 맑은 물이 흐르는 조그만 내천도 있다.
모처럼 물소리 들리는 계류 옆에서 휴식을 취한다.
정상 밑 야영장에서 짐을 풀고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점심 식탁의 풍경을 이야기 하자면 안가본 분들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이고
가본 분들한테는 잔소리 일테지만 또 해야겠다.
피크닉 식탁위에 펼쳐진 점심 메뉴는 여느 부페집이 안부러울 지경이다.
물론 빠질 수 없는것. 또 잔소리... 정명진회원님이 준비해오신 것. ㅎㅎ..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셔서, 더구나 땡스기빙 특수 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산행에 알코올을 공급하셔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땅에 태어나신 듯
산행에 참여해주신 님의 열정에 고개가 숙여진다.
게다가 황대장이 수통에 위장해온 독한물, 알파벳 k로 시작하는 이상한 물.
이 양반은 등반대장이야 술대장이야.


정상부분 짧지만 가파른 너덜바위 지대야 피할 수 없는 로키산의 필수 코스.
정상에 오르니 생각보다 너른 분지 같은 곳에 덩그마니 쌓인 케른(cairn)이 말없이 반긴다.
오늘 날씨가 아무리 좋다한들 10월의 로키산이다.
거기에 2312m의 정상이니 추위가 만만치 않다.
오르기전 기온이 0도 가량이었으니 정상 부분은 영하 4-5도는 족히 되지 않을까.
추위와 바람 속에서 기념사진 몇장을 찍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완벽하게 좋았다.
밧뜨... 그러나 좋은것만 있으랴.
산행 안내표지판에 따르면... 오늘 산행 거리는 왕복 17km, 산행고도 958m,
소요시간 4시간이라고 되어있다.
17km면 남쪽 우리집에서 북쪽 회장님 댁 왕복거리요, 골프 코스 대략 3라운드 거리다.
거기에 순수 산행높이 958m를 더했으니 우리 나라 1200-1300m의 산을 오르는 높이이다.
그런 산을 하루에 산행하는건 한국에서도 제법 산에 다닌 사람으로서도 쉽지만은 아닌 산행이다.
지난 달 산행이 어프로치가 짧아 급경사 산행이었다면
오늘 산은 산속 깊이 들어 앉은 그래서 완만하지만 산까지 가는 시간이 긴 산행인셈이다.
그러니 내려오는 길이 지루하고 힘들 수 밖에...
예의 그 불평 많은 누님의 입이 하산 길에 한뼘은 나왔다.
마지막으로 올라가고 마지막으로 내려온 내 시간으로 7시간 가까운 긴 산행이다.

 

한번 히트한 상품이 두번 히트하기는 어려운걸까.
이재기회원님이 준비해 오신 수박이 잘 팔리지가 않는가 보다.
두통을 얼음에 재어 오셨는데 한통은 고스란히 남았다.
하기사 이추위에 무슨 얼음에 잰 수박?
하지만 이재기회원님을 우습게 보지마라.
사실 수박은 추억의 리바이벌 퍼포먼스.
메인 이벤트는 따로 있었으니... "오뎅"!! 아니 어묵!!
해짧은 산속의 오후 7시. 어둑해지는 날따라 싸늘해 지는 기온으로
산행의 피로가 몰려올 때 쯤 즉석에서 끓여낸 오뎅국(일본 말이지만 왠지 이말이 어울릴거 같다)은

가히 올 한해 전체 산행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뜨끈한 오뎅국물과 정명진 회원님이 끝내 아껴놓으신 독한 물이 화합을 이루어
우리는 필연적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할 수 없이 보스톤 피자로 2차 고고씽을 할 수 밖에...

 

올해 우리의 마지막 산행지 시그널 마운틴.
힘겹게 정상에 올랐지만 누구에게도, 아무런 신호도 못 보낸거 같은데
어째 시그널이란 이름을 사용했을까?
사전을 찾아봤다.
signal이란 단어 뜻에 형용사형으로 현저한, 주목할 만한; 뛰어난, 훌륭한, 우수한의 뜻이 있다.
시그널 마운틴이 로키에서는 그다지 높지는 않은 산이지만
시냇물도 흐르고 어딘가 우리나라 산을 닮은 듯한 그래서 여기 사람들도
훌륭한, 우수한 산이라고 명명했나 보다.
그래서 황대장도 우리의 마지막 산행지로 정한걸까?
암튼.. 올 한해 이렇게 주목할 만하게 뛰어난 산으로 만 우리를 인솔해온
황창우 만세!! 푸른 산악회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