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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슴.

진승할배 2011. 8. 20. 15:53

요 몇일 밤잠을 설쳤다.

산에 가서는 워낙에 늦게도 잤지만
새나라의 어린이(?) 때문에 달콤한 아침잠을 손해보고 말았다. ㅎㅎ..
산에 다녀와서는 카페에 사진 올리고 사진 보내주느라
조금이라도 인터넷 속도가 빠른 시간인 밤에 작업하면서 밤잠을 설치게됐다.
그러고는 연이틀, 나이를 잊은 대책없는 젊은이들(?) 때문에
새벽 3시까지 술잔을 기우리느라 덩달아 대책없는 위인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몇일을 피곤하게 보낸셈이다.

 

그런데 정작 밤잠을 설치게한 주범은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으신 분이 건네준 당신의 수필집 때문이다.
어떤 이는 책을 읽을 때 술술 서너시간이면 책 한권을 독파하기도 한다지만
성질은 급하고 머리는 나쁘고 거기다 못되 먹기까지 한 나는
책을 읽으면서 한문장, 한단락을 몇번씩 읽을 때도 있다.
내가 잘못 이해한건 아닌지, 혹시 행간에 무언가 나몰래 숨겨놓은 것은 없는지.
그렇게 수필집을 한줄한줄 검사를 하며 읽는 중에 도리어 내가 책에 걸려들고 말았다.
내용이 캐나다에 이민 오신 후, 보고 느끼신 부분을 쓴글이어서
더 공감이 되고 또 나만 바보는 아니었다는 안도감이 책을 손에서 못 놓게 만들었겠는데
어떤 주제는 내 생각을 글로 써본적도 있는 글이어서 더 그랬을거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렇게 똑 같이 보고, 똑 같이 느끼고 비슷하게 생각한 부분이 글로 쓰여졌을 때는
왜 이렇게 등급에 차이가 있는건지 참내...
책을 놓으면 어딘가 허전하고 불을 끄고 누워도 연결되지도 않는 뒤가 왜 그렇게 궁금은 하던지.
그렇게 또 밤을 설치고 말았다.


그렇게 몇일... 어제도 마지막 몇장을 아끼며 읽고 있는데
갑자기 옆구리가 가렵다.
모기가 물었나 싶어 책을 읽으며 옷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긁적거리는데
손끝에 닿는 느낌이 모기가 문 느낌이 아니다.
얼른 웃옷을 올려 자세히 보니 깨알만한 돌기 여러개가 배꼽 부분까지 띠를 지어 나있다.
'어라? 어디서 본듯한데...'
가만히 보니 몇년전 누군가가 대상포진으로 아파했던 기억과 일치한다.
대상포진이라... 그때는 별것도 아닌걸로 엄살을 피운다고 생각했었는데
가려웠던 부분이 아파오는데 잠을 잘 수가 없을지경이다.
여지껏 살면서 아무리 피곤해도 잠간 입술이 부르튼 기억만있지 크게 아팠던 기억도 없는데
여자만 앓는거라 생각한 대상포진이 나에게 나타나다니... 이젠 나도 늙는걸까.
아니 책을 준 분한테 보상을 청구할까?

 

내가 아파봐야 남이 아픈걸 안다더니

아뭏든 오늘밤은 옆구리가 아픈건지 마음이 아픈건지...
대상포진 때문에 아프다. 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