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Friends
오래된 친구를 말하는게 아닙니다.
최근에 사귄 늙은(?) 친구들 이야기를 할려고 합니다.
여기는 개나 소나 다 친구니까 ㅎㅎ 아무리 나이차가 나도 친구는 친구입니다.
한 친구는 여든한살 되신 할아버지이시고 또 다른 친구는 우리 엄마와 동갑인
여든살 할머니이십니다.
할아버지 친구는 이젠 눈도 어두우시고 거동도 조금 불편하십니다.
그에 비해 할머니는 담배도 많이 피우시고 아직 쌩쌩하십니다.
공교롭게도 두분은 같은 시간대에 각기 다른 장소에서 나타나십니다.
매일 오후 6시30분에서 7시 사이 한분은 Curtis호텔이라는 동네의 작은 호텔에서
다른 분은 같은 시간 카지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일을 시작하는 곳이 그 두곳의 한가운데 있어서 6시에 일을 시작하고
서쪽 호텔로 가면 할아버지를 만나고 동쪽 카지노로 가면 할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호텔에서 아주 가까운 곳의 단독주택에서 홀로 사십니다.
집까지 요금도 5불 + 사탕두개.
할아버지가 가까운 곳에 가는게 미안한지 꼭 사탕 두개를 요금하고 같이 주십니다.
할아버지는 택시에 타시면 항상 똑같은 소리를 하십니다.
부인할머니가 작년 크리스마스를 열흘 앞두고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과
"집에가면 싸울 사람이 없어..." 라는 말씀이십니다.
그렇다고 혹시나 내친구를 무식한 싸움꾼으로 연상하지는 마십시요.
내가 그런 사람을 친구로야 사귀겠습니까? ㅎ
할아버지가 젊어서 무엇을 하셨는지는 몰라도
숀코넬리를 닮은 호남형의 얼굴에 풍채도 당당하십니다.
하지만 풍채에 비해 손이 섬세하시고 말씀도 차분차분...
얼마나 젠틀하신지 모릅니다.
암튼 그래도 싸움(?)은 즐기셨던 모양입니다. ㅎㅎ
할머니친구는 할아버지에 비해 멀리가십니다.
택시 요금은 20불. 친구라도 요금은 다 받습니다. ^^
다운타운 근처의 콘도미니엄에서 사십니다. 현재는 혼자 사십니다.
남편 할아버지가 91살이신데 지난 7월에 카지노 근처의 큰 병원에 입원을 하셨답니다.
이 할머니에게는 자식이 없으십니다.
39살 처녀때 아이가 셋이나 달린 50살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고 합니다.
독신자 클럽에서 만나셨다더군요.
혹시 지금의 우리 행복방... 같은건 아니겠지요? ㅎㅎㅎ
처음 할머니를 만났을 때는 바람이 불면 날아갈것 같이 삐쩍 마르셨습니다.
물어보니 남편이 병원에 입원하시고 첫째달, 두째달 10파운드, 셋째달 5파운드
체중이 줄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결혼하셨는데도(?) 남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이 두친구가 호텔에 가고 카지노에 가는 주된 이유는
저녁식사를 하시기 위해서입니다.
할아버지에게는 따님이 한분 있는데 매일 할아버지를 챙겨드릴 수가 없고
혼자서는 물론 cook을 하실 능력이 없으셔서..
할머니는 남편 입원후 당신만을 위해서 식사 준비하는게 싫어서
그냥 밖에서 사드신다고 합니다.
아마도 두분이 아침에는 씨리얼로 점심엔 빵사이에 햄 한두장 끼어넣은
간단한 샌드위치로 식사를 해결하시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할아버지는 그래도 남자답게 싸울사람이 없다는 불평(?)밖에 없으시지만
할머니는 늘 외롭다, 혼자 밥먹는게 너무 싫다... 투정이십니다.
할머니라도 여자는 여자인가 봅니다. ㅎㅎ
제가 누굽니까? 외로운 여자를 혼자 나둘 피러가 아니지요.
3주전 제가 쉬는 수요일에 할머니와 데이트를 하였답니다.
카지노에서... 저녁은 할머니가 사시고 저는 댁에 모셔다 드렸지요. 꽁짜루... ^^
그런데 지난주쯤부터 할아버지를 볼 수가 없습니다.
호텔에 가도 안보이시구 모니터에서도 할아버지의 이름을 볼 수가 없습니다.
어르신들은 요즘 같은 환절기때가 고비라는 말들을 합니다.
제 친구도 이 환절기를 잘 넘겨야 할텐데요.
요즘 좀 추워져서 그냥 방콕하고 계신거라 믿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울방 친구님들...
혹시 집에 싸울 사람이 있으십니까?
있다면 친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싫컷 싸우십시요. 나중에 아쉬워하지 마시고. 제 친구처럼... ㅎㅎㅎ
2009.11.21. 04:48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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