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개인택시
조금 지난 이야기이지만
지난 여름 여기 택시 업계는 증차 논의로 더운 여름을 더 후끈 달구어 놓았습니다.
한 민간업체에서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는 택시 증차 문제는
정부와 택시협회, 민간업체, 택시업주들 그리고 일부 시민들까지 참여해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몇차례의 관계회의와 공청회에도 불구하고
유야무야 없었던 일로 된 모양입니다.
뭐눈엔 뭐만 보인다고...몇일전 인터넷으로 한국 신문을 보다가
충청도 어느지역에서 개인 택시 증차시 개인택시 조합에서 터무니 없는
기부금을 요구하고 있어서 말썽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저는 어느덧 20여년전의 한국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80년도 중반의 어느해 지독히도 추운 겨울의 어느날로...
제가 대우자동차에 근무한 3년여동안에 인천에서는 두번의 개인택시 증차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인천지역 아파트 한채(28평형 기준)값이 대략 천만원 안팍하던 시절에
개인택시 한대값이 3천만원을 홋가하던 시절입니다.
그러니 개인택시를 신청하고 개인택시 면허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일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물론 개인택시를 받자마자 팔아서 돈으로 만들수는 없었지요.
요즘도 개인택시 증차가 되는지 또 증차를 옛날 방식 그대로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 당시는 무사고 운행일수 플러스 각종 표창의 점수를 더해서 개인택시 면허를 내 주었지요.
가령 그해 개인택시 증차 예정대수가 150대라면
그중 국가유공자와 공무원(군포함)출신 운전자들에게 일부가 배정이 되고
나머지가 회사택시 운전자와 버스, 트럭 운전자들에게 배정이 되는 셈입니다.
만약 일반 운전자에게 배정된 면허수가 120대라면
무사고 운전 최장 기록자로부터 배정이 되기 시작해서
120번째 무사고 기록자까지 면허가 주어지는 셈입니다.
그러니 접수가 마감이 되면 온갖 루우머가 판을 칩니다.
몇년 몇개월 몇일이 커트라인이라는 둥 그 만큼 무사고 기록이 있어도
시장이상의 표창이 없으면 곤란하다는 둥...
84년도인가는 그 전 2-3년 동안 개인택시 증차가 없어서
정말 경쟁이 불꽃을 튀었던 기억입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어도 아마도 그해는 자그마치 무사고 기록 커트라인이
14년이 넘었던걸로 기억을 합니다.
그런데 그중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는 아저씨 한분이 있습니다.
처음 회사에서 개인택시 신청자 명단을 받아들고 찾아 갔던
몇몇의 기사들 중 지독하게도 가난하게 사시던 분이었습니다.
지금 그분 이름도 잊어버리고 나이도 가물가물합니다.
처음 그분집에 갔을 때 아니 집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때의 놀라운 첫인상이 지금도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누우면 그저 세명이 빠듯하게 누울 수 있을거 같은 조그만 방에
고등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들 네명과 부부가 사는 집이었습니다.
한쪽벽에는 벽으로부터 철사를 꼬아내려 만든 아주 불안해 보이는
합판으로 만든 침대(?)가 이층침대처럼 두개가 나란히 걸려있었습니다.
거기 밑으로 축쳐저있는 침대(?)위에서 까만 눈을 반짝이며
나를 내려다 보던 아이들 눈동자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합니다.
그래도 손님이라고 커피를 내오신는 아주머니...
내평생 가난 가난 그렇게 가난한 사람은 처음 본 순간이지 싶습니다.
그날 집에계신 아저씨에게 오늘 일 안하시냐고 물으니까
개인택시 접수한 날부터 손이 떨리고 가슴이 떨려서 도저히 운전을 할수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혹시라도 그동안 사고라도 날까봐 그렇게 살림이 어려운대도 운전을 안하시는거지요.
아뭏든 약 2개월 후 그분 충분한 무사고 기록으로 개인택시 면허도 따시고
우리 대우차도 사시고 개인택시 사장님이 되셨습니다.
그러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서로를 잊은채 한 일년이 지나간 뒤였습니다.
어느날 우리 대우자동차로 어딘가로 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날 그 지독하던 우리 남궁 수 과장이 그렇게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나중에 장례식장에 가서 들으니
일을 너무 많이하셔서 피로 누적으로 과로사를 하셨다더군요.
참 그런게 세상입니다.
그 분의 명복을 빌기는 많이 늦었지만
지금은 사회인들이 되었을 그분의 자식들이 잘 되어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9.10.27. 21:56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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