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기막힌 우연

진승할배 2011. 8. 5. 08:37

몇주 전 늦여름의 일이다.

무슨 요일이었던지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weekday였던 것은 확실하다.

그날.. 한가했으니까.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벌써 한시간이 넘게 call이 없어서 무심히 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길을 들어섰다.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그대로 그냥 드라이브다.

도시를 벗어나 가로등도 없는 캄캄한 시골길을

상념에 잠겨 느릿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 중이다.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했었나??? ㅋ

나의 미래를?

어떻게 죽는게 잘 죽는가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ㅎㅎ

 

그런 중 갑자기 차안의 적막을 깨는 삐~ 신호음과 함께

초록색 모니터에 메시지가 뜬다.

이 새벽에 어디서 택시를 찾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시선은 벌써 모니터로 향한다.

 

오잉~~!!??? 갑자기 내눈이 커졌다.

'306 GO VOICE'(306는 내택시 No.) 라는 메시지다.

VOICE로 채널을 바꾸고 잠시

우연히 GPS의 내위치를 보고 내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판단 했나?

하는 생각을 하며 CB(Citezen Band)로 Supervisor를 찾았다.

 

역시나 무선을 타고오는 첫마디가 'Are you O.K?'다.

웃으면서 'I'm sure O.K.' 그러니까 거기서 뭐하냐고 되묻는다.

뭐하긴.. 그냥 운전하지.. ㅎㅎ

Supervisor가 핸폰으로 자기한테 전화를 해달란다.

 

채널을 원위치시키고 전화를 하니

뜬금없이 지금 손님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웬 자봉소???(ㅎㅎ 우리만 아는 은어.. 그치? ㅋㅋ)

제길.. 내가 뭐 몸 파는 넘도 아니고...

손님이 있으면 그냥 dispatch하면 되지 뭘 물어?

가만.. 근데 여기가 어디야???

 

'But.. I'm already way out from city.'

'No, He's not far from you.'

아니 이 밤중 더구나 숲으로 우거진 이 강변길에 왠 손님?

혹시... 사람으로 변장한 귀..신???

순간 등줄기가 오싹한다.

 

설명이 이어진다.

어떤 사람이 낚시를 왔다가 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택시를 찾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사람이 있는 지도상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 줄테니 근처에 가서 전화를 해서 만나란다.

 

다행히 나도 전에 낚시를 갔던 곳이라 전화 한번으로

어렵지 않게 그를 발견했다.

젊은 친구가 야밤에 그런 곳에서 혼자 낚시를 하다니 겁도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야 새벽에 뜻하지 않게 횡재를 한셈아닌가.

한국으로 치면 저~위 고양 한강변 어디쯤에서 용산까지는 간 셈일까?

암튼 한 30분만에 한국돈 50,000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참!!! 별나게도 손님을 다 태운다.

내가 운이 좋은 건지 그가 운이 좋은 건지...

 

인생이란 그런게 아닐까?

뜻하지 않게 어디서 횡재를 할지도 모르는...

그러니 아둥바둥 살게 뭐 있나요. ㅎㅎㅎ

 

2009.10.22. 11:50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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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권웅) 09.10.22. 16:16
ㅎㅎ~ 특별한 하루였겠군~~ 낚시도 좋아하는가?친구! 갑자기 이런 생각이드네~ 의식적이지 않은 착한 삶이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주는것이라고...^^*행복보내네~
 
피러 09.10.22. 23:45
뭐.. 특별까지야.. ㅎㅎ 난 원래 산사나이였다우. 한땐 인수, 만장, 선인, 우이암, 오봉등에서 뛰어놀았지. 또 천화대릿지, 용아장성, 울산암 연등할때가 그립구먼. 하지만 여긴 산이 없어서..ㅠㅠ.. 워낙에 가만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낚시라도 해봤지만 역시 내 체질이 아니더만. 혹시 여자 낚시면 모를까.. ㅋㅋ 여기와서 일년쯤되서는 산이 너무 보고 싶어서13시간을 운전해서 캘거리까지 달려간 적이 있었지. 하지만 역시 산은 한국산이더구만... 고맙네. 행복 만땅하시게.
 
 
하늬바람 09.10.22. 17:02
손님에게두 피러에게두 모두 기막힌 우연이엇네? 피러가 공짜루 얻은것두 아니구 횡재는 너무하이 그려~~! 알바로 하는 드라이버가 피러에게는 더 활력소가 될거 같다!~~ 암튼 기분 좋은 날! ㅋ
 
 
백곰 09.10.22. 18:44
친구님 글을 읽다보니...흡사 바로 옆에서 기분 좋아하며 나에게 얘기하는듯허우...웃음소리도 들리고 웃음띤 얼굴도 보이고...이저녁 기분좋은 웃음소리로 인하여 내마음도 기분 좋소이다..자주 전해주소 이 행복한글.
 
피러 09.10.22. 23:49
어느글인가 친구님의 답글을 보고 참 닉을 잘지었다고 생각했었다우. 기분 좋게 읽어주었다니 고맙소. 친구는 행복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진짜 웅담인듯하오. 고맙소.
 
 
경아 09.10.22. 21:12
ㅎㅎㅎㅎㅎㅎㅎㅎ서로 기막힌 우연이지 머~~아마 집에 가서 웃었을지도,,,ㅎ
 
 
푸른자연 09.10.23. 07:06
자봉소..자다가 봉창 띁는소리 ...차니 그리고 피러에게서 또듣네...ㅎㅎ 장거리 횡재는 횡재네..ㅎㅎ아기자기 하게 케나다의 생활의 느낌을 소상히 전해주는 피러친구...늘...화이팅!!...^^
 
 
보라 09.10.22. 21:54
캐나다 베쿠버에 사는 친구.. ㅇㅅㄱ친구가 많이 생각나는 저녁이네...자붕소..횡재...피러친구에게 좋은일만 계속 일어나길 바랄께요...^.^*
 
 
홍싸 09.10.22. 23:04
아둥바둥~글도 열정하며 살아야지^*^보람이지용
 
 
물망초 09.10.23. 03:19
ㅎㅎ 처음엔 등꼴이 오싹할 정도였었는데 뜻밖에 횡제였었네?? ㅎ 살아가면서 힘든 가운데 그러한 일들이 가끔씩 있기에 그 한 순간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인가 싶네....ㅎ 피러친구야`~ 건강조심하구~!! 바쁜일과 가운데 이렇게 좋은 글로 친구들과 함께 즐거움을 선사하는 친구의 모습~~ 너무나 고마워 ㅎ
 
 
자유롭게 09.10.24. 00:27
예기치않는 상황에서 덤으로 얻어지는 행복바이럿~ 번복될수록 여유까지 얻어지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