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우연
몇주 전 늦여름의 일이다.
무슨 요일이었던지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weekday였던 것은 확실하다.
그날.. 한가했으니까.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벌써 한시간이 넘게 call이 없어서 무심히 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길을 들어섰다.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그대로 그냥 드라이브다.
도시를 벗어나 가로등도 없는 캄캄한 시골길을
상념에 잠겨 느릿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 중이다.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했었나??? ㅋ
나의 미래를?
어떻게 죽는게 잘 죽는가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ㅎㅎ
그런 중 갑자기 차안의 적막을 깨는 삐~ 신호음과 함께
초록색 모니터에 메시지가 뜬다.
이 새벽에 어디서 택시를 찾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시선은 벌써 모니터로 향한다.
오잉~~!!??? 갑자기 내눈이 커졌다.
'306 GO VOICE'(306는 내택시 No.) 라는 메시지다.
VOICE로 채널을 바꾸고 잠시
우연히 GPS의 내위치를 보고 내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판단 했나?
하는 생각을 하며 CB(Citezen Band)로 Supervisor를 찾았다.
역시나 무선을 타고오는 첫마디가 'Are you O.K?'다.
웃으면서 'I'm sure O.K.' 그러니까 거기서 뭐하냐고 되묻는다.
뭐하긴.. 그냥 운전하지.. ㅎㅎ
Supervisor가 핸폰으로 자기한테 전화를 해달란다.
채널을 원위치시키고 전화를 하니
뜬금없이 지금 손님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웬 자봉소???(ㅎㅎ 우리만 아는 은어.. 그치? ㅋㅋ)
제길.. 내가 뭐 몸 파는 넘도 아니고...
손님이 있으면 그냥 dispatch하면 되지 뭘 물어?
가만.. 근데 여기가 어디야???
'But.. I'm already way out from city.'
'No, He's not far from you.'
아니 이 밤중 더구나 숲으로 우거진 이 강변길에 왠 손님?
혹시... 사람으로 변장한 귀..신???
순간 등줄기가 오싹한다.
설명이 이어진다.
어떤 사람이 낚시를 왔다가 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택시를 찾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사람이 있는 지도상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 줄테니 근처에 가서 전화를 해서 만나란다.
다행히 나도 전에 낚시를 갔던 곳이라 전화 한번으로
어렵지 않게 그를 발견했다.
젊은 친구가 야밤에 그런 곳에서 혼자 낚시를 하다니 겁도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야 새벽에 뜻하지 않게 횡재를 한셈아닌가.
한국으로 치면 저~위 고양 한강변 어디쯤에서 용산까지는 간 셈일까?
암튼 한 30분만에 한국돈 50,000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참!!! 별나게도 손님을 다 태운다.
내가 운이 좋은 건지 그가 운이 좋은 건지...
인생이란 그런게 아닐까?
뜻하지 않게 어디서 횡재를 할지도 모르는...
그러니 아둥바둥 살게 뭐 있나요. ㅎㅎㅎ
2009.10.22. 11:50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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